(사진. 아마벨라님 작품; 한강변 코스모스)
출근길 차를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
바람이 하도 세차게 불어 아침에 감은 머리가
한바탕 머리끄덩이 잡고 싸운 저잣거리 여인네 같은 꼴이 되었습니다.
빨간 바바리를 입고 일전에 조카가 중국에서 사 온 습자지 같이 얇은 스카프를 둘러
지나가는 차에선 아마도 반쯤 정신나간 여자로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몰골로 타박타박 걸으며 갑자기 차가 고장 났으니 기다리라는 전갈을 받고는
하염없이 차가 오르내리는 동네 옆길을 쉬엄쉬엄 오르는데
잠시 걷는 동안에 제맘대로 바람에 휩싸인 머리카락은 얼굴을 가리고
머리카락 사이로 겨우 길을 구분하기 바빴습니다.
한손에 든 책이 무겁고 거추장스러울 뿐만 아니라 거푸 손으로 머리카락을
떼어 내느라 옅은 화장이 반은 지워졌을 거란 생각이 들 무렵이었습니다.
스쳐가는 차에서 내다보는 눈길이 느껴지고
어떤 차는 주춤주춤 저 여자를 태워줘야 되나 말아야 되나...... 짧은 갈등도 전해졌습니다.
아마도 휘청거리는 아침이라 어쩌면 머리에 꽂았던 꽃이 떨어졌나 땅을 살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잠시후 1톤 트럭에 짐을 실은 유리공장 사장님은 용케도 저를 알아보시고는 차를 세웠습니다.
우리 회사 납품하러 일찌감치 출발하신 모양인데 봉두난발한 꼴이 조금은 창피했습니다.
고개를 들며 차에 오르고 여차저차하여 공장문을 열 수 없으니 공장앞에서 기다려야 된다며
아무렇게나 실은 보릿자루처럼 구겨 앉아서 밖을 내다봤습니다.
눈 앞에 단풍나무들은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흔들렸습니다.
아니 굿마당의 만신굿을 보는것처럼 알록달록한 단풍든 채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
문득 굿판이 절정을 이루듯 머리를 흔들어대고 북을 치고 싹싹 빌어대는 그들의
모습처럼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이런 아찔한 정신에 스스로 놀라 시선을 아래로 10센티정도 겨우 내렸더니
그제야 모든것이 꿈결이었던듯 차분히 가라앉혀졌습니다.
시선 아래 텅 빈 밭 적당히 눈닿는 거리에 고구마를 캐 낸 그곳은 가만히 흙빛으로 나를
잡았습니다.
그제야 '아~! 이런 날들이 시작되었구나!' 인정하고 정신을 가다듬었습니다.
잠시후 열쇠를 들고 직원이 휀스로 둘러쳐진 마당의 문을 열었고
비스듬한 15도 경사의 출입문으로 들어섰습니다.
오늘도 휘몰아치는 가을앓이가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아침이었습니다.
(사진. 아마벨라님 작품; 강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