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은 죄 (김동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 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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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른다.
그저 출근길 버스를 탔을 뿐이고
하루 한 번 정도 마주치게 되어
인사 한 죄 밖에요.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
마사지 크림 바른 듯 번들거리며 어물쩍
"오늘은 제법 추운듯하네요!" 말 걸어 와도
"오늘은 흐리네요" 하더라도
"네", "그러네요".
이 정도 대답은 했었다.
내가 즐겨앉는 자리는
내리는 문 뒤쪽 자리이다.
일곱 정거장 타는 버스는
매일 같이 타고 계신 아저씨와 젊은 청년 그리고 나
내가 타고 두번째 정거장에서 아저씨는 내리고
매일 출근 버스 종점에선 건장한 청년과 둘 내렸는데
오늘은 그 청년 결근인지 늦잠을 잤는지
나 혼자였다.
기사님 기회 포착인가
종점에서 버스문을 열지 않고
난 단말기에 태그를 하고 섰다.
"여사님. 언제 식사나 한 번 같이 하시죠!"
능구렁이 목소리다.
"저 쫓겨나요!"
"식사 한 번 하는데 어때서요?"
"차 문 열어주세요!"
앞쪽 타는 문을 열어준다.
"이 문 열어주세요!" 날카로운 목소리가 쨍~하고 나간다.
아침부터 츠암나! 우물대며 내렸다.
오늘 저녁 퇴근 버스는 다른 기사라 다행이지만
앞으로 능구렁이 같은 기사 만나면 우짜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