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걱정스런 마음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세번째 증식 치료 한 날. 그것을 시술이라 불리우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술이라고 거창하게 할 수도 없고 주사라고 하기에는 어마어마한 양이고 어쩌면 두 가지 중간 즈음의 단계.
두 차례는 오른쪽 목에 마취주사를 놓고 오른 팔을 마비시킨 후 주사 맞을 부위에 마취 크림을 펴 바르고 비닐랩으로
덮어 씌워 붙여 둔 뒤 15분 후에 주사가 담긴 상자(블럭)를 갖고 와 초음파를 보면서 어깨 앞쪽에 한번 뒤쪽에 한번
주사액을 주입했었다.
어제는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에 시술하는 날이라 팔에 마취는 않고 바르는 마취크림으로만 바르고
전처럼 비닐랩으로 감싼 뒤 15분 후 출입문 반쪽만한 큰 초음파 화면 아래 얼굴을 묻고 엎드렸다.
아픈 바람에 남들 평생 맞을 주사보다 더 맞아 봤지만 주사에 대한 공포는 어쩔 수가 없다.
팔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옆으로 내렸더니 머리 옆으로 위로 뻗어 자연스레 내리면 손잡이가 있다며
간호사들이 다정하게 알려준다. 엎드린 상태라 확인 못 했지만 더듬어보니 편하게 내려 잡을 수 있게 되어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 동안 마취연고를 바르고 덮어 뒀던 비닐을 떼고 쓱~ 쓱~ 닦아낸다.
의사선생님이 들어 오시고 "소독합니다! 자~ 시작합니다!"
"블럭. 2번. 옆에 거... 누르고 . 아니 위에 저장!" 이러면서 초음파를 보며 어깨 상태를 꼼꼼히 화면에 저장과 함께
주사를 주는데 긴장을 하여 움찔거려지는 내 몸을 속일 수는 없다.
"초음파 보면서 주사 주니까 걱정 안 해도 되요"를 중간중간 말하며 "괜찮죠? 어지럽거나 주사놓는 부위 외에
다른 곳이 아프면 말씀하세요!"라며 계속 "괜찮으시죠?"질문이다.
속으론 "그만 좀 묻고 빨리 끝내지" 라는 생각이 들고 귀찮아지고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의 배려였나 싶다. 무서워 하면서 주사바늘만 생각할까 봐 엉뚱하게 그러셨던 거 같다.
첫번째 시술 때도 가만 있는다고 간호사들이 아프면 아프다고 참지만 말고 말하라 했고
두번째 시술 때도 똑같이 말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조용하고 잘 참는다고 말했는데
시술하는 동안에 내 마음은 어차피 시작했으니 얼른 맞고 쉬어야지! 빨리 나아야지! 이런 생각으로
웬만하면 참아버린다.
"자, 끝났어요. 수고하셨어요!" 라며 의사선생님이 나가시고 오른쪽 목을 따라 주사맞은 자국 위로
동그란 테이프를 스티커 붙이듯 간호사들이 찍찍 뜯어 붙이는 소리가 들리고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에 한숨이 푹~쉬어졌다.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어 간호사의 부축을 받아 물리치료실로 가서 냉 찜질을 받는데 긴장이 풀어져서
오소소 한기가 느껴졌다. 적외선등을 발끝으로 비춰달라하고 큰 수건으로 몸을 덮고 누웠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낑낑대며 움직이기 힘든 오른팔부터 옷을 갈아 입고는 계산을 하는데
의료보험이 안 되니 그렇다고는 하지만 비용이 참 부담스럽다는 묵직한 생각을 떨쳐내기는 어렵다.
기운이 쏙 빠진 채로 5분 거리의 형부 사무실까지 걷는데 멀다는 생각이 들고 몸은 한겨울을 만난듯
오돌오돌 떨리며 춥고 걸음도 느려진다.
건물 하나지나 횡단보도를 건너고 다시 건물 대여섯 개와 주유소를 지난다.
형부 사무실 문들 열고 "저 왔어요" 하니 남편과 형부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만 동시에 허허 웃는다.
어이없는 웃음이다. ㅎㅎ
두 남자의 웃음의 뜻을 알기에 힘없이 말갛게 웃음으로 답했다.
우리형부 왈! "막내가 그렇게 얌전히 들어오니까 웃음이 나네. 허~허허. 생글생글 웃으면서 들어와야 되는데"
하시며 또 허허 한참을 웃으신다. 하긴 나 자신도 이런 모습 어색해서 웃음이 나왔다.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는 아니어도 사기그릇에 도토리 구르는 소리정도는 나야 했는데. ㅎ
어제 어쩌면 난생 처음으로 얌전하고 다소곳하게 걸었으며,
여성스럽게 조곤조곤 말했고, 최대한 여성스러웠을 것이다.
아주 잠깐동안 그러하였으리라.
어울리지 않게 얌전히 문을 밀고 들어섰으니 남자들이 "허허허" 할 수밖에!
집으로 오는길에 이렇게 행동하고 말하고 살까? 혼잣말처럼 중얼대니 대답없는 웃음이 또 "허허" 들린다.
뭐야? 나보고 어쩌라고! 말을 해야알지~!
이렇게 9월의 저녁나절이 길었던 어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