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휴가 나온 아들이 사흘째 되던 날 느닷없이 엄마표 부대찌개를 먹고 싶다고 해서
군인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부대찌개라는데 너는 정말 부대가 좋은 모양이구나 하며
퇴근길에 추적거리는 비와 함께 마트에 들렀다.
이것저것 재료를 사고 계산을 하는데 가격표에 적혀있는 것은 4,290원인데 계산원이 찍으니
6,290원이 나왔다. 몇십 년 경리만 봐 온 터라 숫자에는 아주 민감하여 찍히는 순간 저기 적힌 가격과
다르다고 일단 바쁜 손님 먼저 계산한 후에 확인해 보자며 물건 고른 곳으로 가서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으니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여기 가운데 빈자리에 있던 물건을 들고 간 것이고 똑같은 상품이 일렬로 주르룩 아직도 얌전히
있어 바쁘지 않은 직원에게 확인하라며 일러주니 다녀오면서 눈길은 땅바닥에 주고서 하는 말이
바코드가 다르다는 거다.
하루 전에 온 동네 전단을 뿌렸고 어쩐지 무료 증정이 두 개나 붙여진 것이 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무료 증정은 말 그대로 무료이므로 그래도 이건 아닌데 왜 이렇게 붙여 뒀냐니까 모르겠다고
일축하고 살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는 듯 아무 말도 없다.
애들이 크고 나서는 김밥 살 때 외에는 햄 종류는 거의 사지를 않는데 아들 녀석의 부대찌개 주문으로
마트에서 2천 원이나 차이 나는 가격표에 뜨악했던 나는 직원의 불친절에 이것저것 골랐던
2만 4천 원 정도의 물건들을 제자리에 놓고 나와 버렸다.
전에는 그런가 보다 하며 다른 물건으로 고르거나 그냥 달라고 하면서 사 온 적도 있지만
이 마트에는 한두 번이 아니고 가격표가 자주 틀리게 붙어 있고 약간의 불친절함도 있어
30여 미터 아래에 있는 다른 마트를 많이 이용하는데 얼른 가서 해 먹여 내보내야겠단 생각에
조금 가까운 곳에 들렀다가 기분만 상해서 마음 편한 아래 마트로 향했다.
요즘 우리나라 대표기업에서 동네 구석구석 마트를 인수하여 이마트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슈퍼마켓 수준의 마트를 하고 롯데에서는 롯데마트보다 약간 작은 규모의 롯데 슈퍼마켓을 열고
지에스는 지에스 슈퍼마켓을 소규모 마트를 인수하여 동네 구석구석 점차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이 마트들 대부분의 물건값은 동네에서 하는 알려지지 않은 이름들의 마트들보다
채소나 과일값은 엄청나게 비싼 편이다.
물론 상품 포장을 예쁘게 하고 외관상으로 깔끔하게 잘해 두었지만 뜻밖에 맛이 없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보니 글이 소비자 고발 비슷하게 나가게 되었는데
이 땅의 보통 주부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얘기이고 현실이다.
편한 동네 마트는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의 간판으로 바뀌어 가고 드나들기가 조금씩 불편해진다.
대형마트에서는 공산품이 싼 편이고 채소 과일은 동네 마트가 싸고 좋은 물건도 많아 여기저기
잘 따져보고 좋은 상품 싸게 사는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출근길에 방문을 열어보면 군기는 부대에다 놓고 온 것이 확실한 모습이다.
큰 대자로 뻗어 두 팔과 두 다리만 쑥 내놓고 이불은 배 위에 얹고 자는 모습만
새겨 둔 채로 아들 녀석은 며칠 전 쏟아지는 비와 함께 부대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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