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다.
내가 널 무척이나 좋아하고 자주 보고 싶어 했다는 건 맞는 말이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하잔 말은 아니었거든.
왜냐면 나름 바쁘게 살아가야 하고 아줌마라서
할 일이 좀 많이 밀리기도 하고.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나 좀 이해해주면 안 되겠니?
너 오기 전에 분명히 네가 보고 싶고 그리웠어!
너 온다는 소식 듣기 얼마 전에 내가 매우 아팠어. 어깨며 팔이 말할 수 없이 아파
며칠을 고생했는데 너 온 후로 아픔의 강도는 많이 약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하지만 와서는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은 몰랐지.
갈 듯 말 듯 하기에 나도 내 일을 해야지 하다가도 뭉그적거리며 주저앉는 널 보며
그래 가끔 오는 친구인데 보내고 하면 되지! 이런 마음도 있어.
한편으로는 너도 나를 많이 좋아하니까 머물고 싶은가 보다 싶어 이해도 되고!
너도 알다시피 일요일에 아들 녀석 휴가 나왔잖아.
그 큰 군복 휭하니 세탁 바구니에 던져놓고는 늴리리 맘보로 돌아다니며 노느라
잠자는 얼굴만 보여주고 있지만 미우나 고우나 군복 세탁은 해줘야 할 거 같은데
너랑 있으니 군복 세탁도 할 수 없고 목요일에 귀대한다는데 시간은 별로 없고
오늘이 화요일이라 조금 신경이 쓰이네.
미안해. 내가 너한테 이러는 게 아닌데
한 3일 같이 있었다고 벌써 이런 마음이 생기니 말이야.
아들 녀석 군복도 군복이지만 퀴퀴해진 집안 냄새도 없애려면 출근 전에 장롱도 활짝
열어 놓고 문이란 문은 다 열고 바람이 들락거리게 하고 싶거든!
말 나온 김에 할게.
출근길이나 퇴근길에는 우산이 또 얼마나 거추장스러운지 모르겠어.
난생처음 생일 선물로 3년 전에 받은 약간 비싼 가방도 신경 쓰이고 (명품은 아니지만 내겐 최고인)
파마기 없는 내 머리 모양 망가질까 봐 신경이 쓰이고
걸음걸음 얌전하게 걸어도 튀겨지는 물방울은 바지를 얼룩지게 하고
버스 탈 때의 그 꿉꿉함이 영~~찜찜하거든!
오늘 저녁나절에 떠난다는 소식을 들으니 잠시 이런 생각을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마는
그래도 어쩌겠니.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점점 쌓이는데.
너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만 놀러 오면 우리 서로 좋을 거 같아.
조금씩 그리워하고 기다리다 만나면 기쁨이 배가 되고 잠시 만났다 헤어지면
아쉬움이 크지만 만나는 날까지의 그리움은 행복이니까.
우리 그렇게 함께하면 참 좋을 거 같아.
내가 너에게 갈 수 없으니 기다림은 내 몫이지만.
이런 얄팍한 마음이 생기고
널 보내면서 섭섭함을 느끼지 않게 되어 미안하지만 이해해주기 바란다.
가만 보니 우리 아들과 네 모습이 닮은 점이 있네~
올 때도 반갑더니 갈 때는 더 반가우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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