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과 2015년이 서로 인수인계하는 과정을 보고자
31일 자정에 보신각 종치는 모습을 보느라 늦게 잠을 잤다.
새해 첫날!
해가 중천에 떠올라도 우리집은 잠잠......
애들 일어날 예정시간 30분전에 나가서 떡국을 끓여야지라며
침대에 달라붙어가지고 오는 카톡 답장하다 심드렁해서 책을 몇 페이지 읽으려니
계속 새해인사 카톡이 오가고 우리가족 채팅방에서 언니오빠들이 수다한판이다.
느즈막히 나가 떡국 끓일 준비를 하고 있으니 딸이 배시시 웃으며 나온다.
음식만들고 싶다며 육수 올렸으니 엄마는 들어가란다. 못미더워서 다른거 하는척 얼쩡거렸다.
달걀지단을 얄팍하게 부치더니 김을 슬쩍 구워 1회용 봉지에 담고 주물럭 거린다.
딸이 잠시 방에 들어간 틈에 파를 꺼내 쫑쫑 썰었다.
손대지 마라며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다는데 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음식을 보다가는
답답증이 생겨 정말 방으로 들어가 음식이 다 되어갈 즈음에 주방으로 갔다.
먹기싫은 떡국(나이를 먹어야겠기에)을 먹고나니 아들이 설거지를 하겠다며 나선다.
우째 이런일이~!!
야들이 분명 새해에는 솔선수범하겠노라고 작정을 한 모양이고 엄마를 그냥 모셔놓을 작정인가?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좋아라~~ 그래 그래라! ㅎ
그러고나니 또 하릴없이 맹숭맹숭 서로 쳐다보다
남자가 바람쐬러 가자고 앞선다. 커피도 사 주겠단다.
슬슬 준비를 하고 목적지를 정약용생가로 정했다.
나서면서 학창시절 성적이 제일 안좋았던 국사(역사) 성적에 대한 비밀은 화장대 서랍에 딱 챙겨넣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다산 정약용생가를 가면서 머리속의 얇디얇은 실학에 대한 사상과 훌륭하신 분에
대한 아주 작은 정보만을 아는체 제공하며 가서 보면 공부될거고 상식이므로 이 기회에 그냥 휘돌아 오지말고
글이라도 읽어보고 오자고 했다.
이런 눈치없는 아들녀석은 자꾸만 묻는다. 내가 더이상 아는것이 없는데도 물어대서 곤란해질즈음
목적지 도착하여 많이 변한 주변과 한강을 보며 잠시 걷는데 어찌나 추운지 얼른 정약용생가로 향했다.
아뿔사! 1월 1일이라 공휴일 휴관!
진입로에 있는 글을 읽으라고 시키면서 오돌오돌 떨게 될 줄이야~!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등등. 얘들아 읽어봤지?
다른건 네이버 지식인에서 물어봐~~. 용케도 나는 무식함을 들키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왔다.
지금부터라도 공부 좀 해야 되나? 혼자 끙끙거리며.
커피도 사준댔는데 이왕이면 커피박물관 '왈츠와 닥터만' 소문 무성한 그곳으로 가보자며
오는길에 들렀는데 추워서 아래위 두 개의 문 중에서 강이 보이는 쪽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 가족이 앉자 멋있는 할아버지 매니저께서 메뉴판을 주신다.
언뜻 열어보니 최하가 커피 한 잔에 12,000원이다. 보통이 14,000원이고 와플 하나에 20,000원.
커피 박물관이라고 구경도 하고 시음도 하고 그럴 작정이었는데
네 명이서 네 잔을 시키기엔 아깝기 짝이 없는 금액이고 그렇다고 두 잔 시키기도 그렇고
결국 커피14,000원짜리 두 잔과 와플을 주문해 놓고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 앉아 있었다.
잔은 고급스럽지만 양은 동네 카페의 3천원짜리 보다 작고 맛의 차이도 모르고 마셨다.
와플도 달랑 아이스크림과 블루베리 몇개 바나나 다섯 쪽 키위 한 쪽 오렌지 다섯 쪽이 얹혀졌고
생크림이 듬뿍 칠해져 있었는데 한마디로 비싸도 너~~무 비싼 편이었다.
빨리 마시고 빨리 가라는건지 테이블은 열 개도 넘는데 히타는 두 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찌나 추운지 빨리 나오고 싶었는데 아들이 본전을 뽑아야겠다며 더 있다 가자하고 왠지
옆테이블을 보니 네 명이서 커피 네 잔에 과일접시까지 놓여있어 눈치아닌 눈치가 보였다.
추위를 참고 앉아있으니 리필 커피를 주겠단다. 그래서 합이 네 잔!
이제 조금 서운한 기운이 내려가는 듯했다.
리필 해 준 커피를 마시고는 밖으로 나오니 카운터 옆에 손님들이 주루룩 자리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렇게 비싼 커피지만 커피맛을 아는 사람들이 참 많은가 보다하며 속으로 그래도 난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작정을 했다.
내 생애 가장 비싼 커피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마신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넷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다가 48,000원을 커피값으로 쓰고 나니 새해 첫날부터 우리는 바보짓을 했구나!
똑같이 아까워하는 맘이었으므로 서로 위로하며 그래도 이런곳에도 와봤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다음에는 박물관으로 입장료 5천원내고 가서 시음용커피 마시고 커피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도 듣고
그러고 와야겠다 싶었지만 비싼 레스토랑으로는 안가게 될 것 같다.
그날 왈츠&닥터만에서 매니저 할아버지의 인상과 중후한 멋이 가장 기억에 남기는 하다.
(팜플렛을 꼼꼼히 읽어보니 내생각대로 매니저 할아버지는 노르웨이 유람선에서 오랫동안 매니저로 계셨단다.
어쩐지 풍기는 분위기가 신사적이고 멋스러우셨다.)
그리고
새해 둘째 날!
광주에 사는 막내 시누가 애들 둘을 데리고 온다기에 돼지고기를 사다 돈까스를 만들어 놓고
소고기도 사왔지만 저녁을 먹고 들어 왔다. 하룻밤을 자고 3일 낮에는 남이섬으로 향했다.
7명이 남이섬을 건너는 배삯과 입장료가 66,000원이고 남이섬에서 핫바에 커피에 찐빵에
구경은 잠시하고 추워서 사진만 몇 장 찍고는 나와 춘천 닭갈비를 먹고 돌아왔는데
오며가며 돈을 물쓰듯? 제법 많이 쓰고 오래간만에 온 시누딸이 고등학생이 된다해서 금일봉을 챙겨주었다.
신년맞으면서 제대로 지출을 했다.
년초에 많이 썼으니 씀씀이 자제를 좀 해야겠다 싶고
오늘은 진짜 2015년 시작하는 마음으로 책상앞에 앉았다.
올 한해도 무탈하게 지내기를 소망한다.
*** 우리 블친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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