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없이 줄래줄래 치장도 않고
늘 하던대로 출근하고 퇴근하고 쉬는 날은 산에 가는 재미에......
이러다 문득.
대구사는 여고동창에게 고3때 담임선생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시간되면 만나보라했다.
나는 거리상 가끔 연락하고 안부전화를 하던 참이라고 했더니
이틀만인 지난 토요일 경산에 살고 계신 선생님을 뵈었다고 연락이 왔다.
같은 분단 두 번째 줄과 세 번째 줄에 앉았던 동창 셋과 선생님을 초대한 ㅌ는
어쩌자고 선생님까지 단체 카톡에 초대했느냐며 ㅈ와 나는 머뭇거렸다.
ㅌ는 급기야 선생님을 뵈니까 '리처드 기어'와 닮으셨더라며 선생님을 뵙고 나서
잘생긴 외모에 대한 칭찬을 보란듯이 하는 바람에
ㅈ와 나는 그때 그모습에서 머리만 하얗게 변하신 선생님 사진을 보고는
'리처드 기어' 까지는 아닐 걸~~? 이라며 뒷담화를 나눴다.
그러다 대충 주무세요!를 하고 나서
ㅈ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더니만 다짜고짜 집전화 번호를 대라기에
얼른 불렀고 휴대폰이 끊기기도 전에 울리는 전화를 받고는
아줌마 수다로 길~~~게 밤을 수놓고 있었더니만
거실에서 텔레비젼보다가 은근슬쩍 눈길주는 사람도 있고 식탁에서 오물거리던 입이
점점 앞으로 나오기도 하여 반가운 목소리를 반으로 낮추고 계속 웃고 떠들었다.
앞에 만났던 남희처럼도 아닌 그저 몇 년 전에 통화했던 내 앞에 앉았던 ㅈ은 경주에 살면서
제발 대구로 내려오면 거기까지 가겠다 설 지나고 한 번 모이자고 약속을 잡으란다.
모든것은 내가 내려가는 날로 하겠다니 이런 감사함이 또 어디 있으랴~!
ㅌ은 오래전부터 오라고 했던터라 말로만 가겠다가 아닌 설지나고 3월 안에 꼭 얼굴 볼 수 있었음
좋겠다는 말이 고마워서라도 꼭 한번 가야겠다 맘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였다.
남희를 만났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싸구려가방을 메고도 멀쩡했는데 남희 가방이 프라다여서
그랬을까? 가방 예쁘다 했더니 딸이 사줬다며 너도 딸이 돈벌면 사줄거다 했다.
우리딸은 두 주가 지나야 인턴과정이라 가방 사주려면 1년도 더 기다려야 된다.
대구가면 여고 같은 반 친구들 몇을 데리고 대구로 오겠다는 ㅈ와 다른 친구들에게 이왕이면
기죽기 싫고 예뻐보이고 싶고 초라해 보이기는 싫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었다.
졸업 후 대부분이 대구를 중심으로 경상남북도에 살고 있으니 졸업 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구들이라 더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도 같지만 이럴 땐 나역시 별 볼일 없는 속물이고
여자임을 인정한다.
ㅈ은 3년전에 금실로 8자 주름을 당겼고 허벅지 지방을 얼굴에 넣었다고 하며
다른 친구들의 팽팽한 얼굴과 여러 얘기를 많이도 해 주었는데 나는 자연산 그대로이고
몇 만원짜리 가방을 몇 년째 들고 다니다보니 요즘들어 점점 싫증도 나던 찰나였다.
여름에 들고 다닐 만한 가방은 괜찮은 것이 있지만 아무래도 사계절 사용 가능한 멋진 가방을
하나 장만해야겠다.
이렇게 꼭지 떨어진 가방이라 열고 닫기 불편하다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하고 그냥 살았는데
친구들 만나러 갈 생각을 하면서부터 내 머릿속에는 내면을 채우려는 마음보다
외모와 보이는 것을 채우려는 얄궂은 맘이 앞선다.
어쩌랴.......이것이 진심인 것을~!
난 봄이 오기도 전에 바람만 단단히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만
이 사진을 한 군데 보낼 참이다.
그가 얼마나 눈치가 빠른지 말로는 자주 애인같다는데 정말 그리 생각하고 있는지
성과금도 나올 때가 되었고 효도휴가비도 나올 때가 임박한 이 시기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