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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의식과 무의식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2. 11.

1)

코엑스 4거리 어디쯤

앞서가던 승용차 속이 훤히 보였다.

조금 높은 차량이라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 멍한 눈에 잡혔다.

그녀의 차는 외관이 서금서금하게 낡기도 했지만 다소 지저분한 편이었다.

신호등에 걸리자 휴지를 툭툭 뽑아 운전대 주변을 쓱쓱 닦았다.

 

그녀와 나는 일면식도 없었거니와 앞으로도 99% 모르고 살아가는 남일텐

내 맘을 들킨걸까? '설마 저 휴지를 창밖으로 버리지는 않겠지?' 생각함과 동시에

운전석 창을 열고는  두 장의 너른 휴지를 접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휭~하니 던지고

무심히 창을 올린 채 앞만 보고 느긋하게 신호를 기다렸다.

 

수많은 차들이 오가는 드넓은 사거리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당당하게 휴지를

밖으로 던질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몹쓸놈의 오지랖이 들썩였지만 신호가 바뀐다.

속에서 괜히 욕이 나오고 차번호를 읽으며 애꿎은 혀만 쯧쯧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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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등학교 하교시간과 맞물린 퇴근시간이라  내리기 한 정거장 전에서

한무리의 학생들이 차에 오른다.

학생들이 많아 아예 내리는 쪽 뒷문을 친절한 기사님이 열어 주셨다.

앞뒤로 얼른 타라고.

내리는 문 바로 앞에 앉은 나는 부러운 눈으로  이팔청춘들의 웃음과 재잘거림을

보고 있는다.

 

하나 둘 차를 타며 단말기에 버스카드를 찍으니 찍찍 소리가 나고 가끔은 카드를 한 장만

대달라기도 하고 더러는 잔액이 부족합니다란 말도 들린다.

내 앞에서 어떤 기럭지 우월한 남학생이 성큼 카드를 찍는데 잔액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그 학생은 설핏 앞으로 가는척 서너걸음 움직이다 다시 뒷문 쪽으로 오더니

앞으로 뒤로 고개를 한 번씩 돌려보고는 뒤로 쑥~ 들어가 버린다.

 

저렇게 스물이 되고 서른이 된들 성숙해지거나 된사람이 된다거나 그럴리가 없겠다 싶다.

학생이니까 뭐! 이렇게 볼 수가 없는 것이 다른 학생들은 없다면 빌려서라도 내는 경우를 본 적도

있고 어떤 학생은 기사님께 죄송하다고 자초지종 말씀드리고 다음에 내겠다고도 했다.

 

양심은 차를 탈 때 미쳐 타지 못했나 보다.

오지랖을 펼치기엔 학생들이 수십명이고 적어도 스무명은 돼 보이니 찍 소리도 못하고

속으로 혀만 쯧쯧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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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파란 트럭이 대각선 방향 건너편 신호등 앞에 멈춰섰다.

열심히 담배를 피느라 그남자의 손은 창의 안팎으로 들락거리기 바쁘고

도로위에 재를 당연하게 툭툭 털어낸다.

흡연자의 공통점일까? 아닌 사람도 있다고 믿는다.

'설마 저러다 담배꽁초를 도로위에 휙~ 던지지는 않겠지! 제발 그러지 말았으면...'

하고 속으로외친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린적이 없나.....

느닷없이 국가대표급으로 손재간도 좋아라!  휙~ 온 도로가 휴지통이고 재떨이다.

'이럴줄 알았다면 동영상을 찍어서 신고할걸 한발 늦었네!'

저남자 왼쪽 유리창으로 가서 '이봐요! 그래도 이건 아니죠 차안에 재떨이를 두고

다니시든지 아무데나 버리면 과태료 나와요!' 하고 싶은 오지랖을 참아야 했다.

신호가 바뀐다. 또 혀만 쯧쯧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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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때가 잔뜩 끼인 모양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선한 것을 보고 좋은 점을 봐야 하는데

눈에 띄는 것들은 거슬리는 것들 뿐이고 사람들이 왜 저렇게 의식없이 행동하는지 이해불가다.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고 국민의식을 갖는다면 좀 더 나은 나라가 되고  세상이 될 것이다.

나 하나쯤이 아닌' 나라도 그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버스 정거장마다 아침이면 쌓여있는 쓰레기들

가까운 아파트 경비아저씨들이 부지런히 쓸어 담아도 다음날이면 또 버려져 있다.

출근버스를 기다리면서 "아저씨 덕분에 깨끗해지네요. 매일수고 많으시네요!" 한다.

내가 버린 쓰레기처럼 미안해지고 그 수고로움에 감사한 마음이 가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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