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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이쁘고 존경스러운 친구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4. 8. 28.

 

 해마다 내 생일을 기억해 주는 인정 많고 살가운 친구가 있다.

꼭 문자를 보내주는 그 친구의 생일을 나는 해마다 기억하질 못한다.

해서 올해도 그 친구의 생일을 하루가 지난 다음 날에야 깜빡했다며 통화하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25일 월요일 저녁에는 꼭 만나 저녁을 같이 먹잔다.

화요일이 친구생일이니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 먼저 만나자기에 두어 달 만에 만나 내가 좋아하는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주머니 사정도 고려하고 생일날 국수먹는 게 좋다 하여)

한 곳에 오래 있기는 눈치 보이고 여인들이 좋아하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이름도 희한해서 외우질 못하는  아래에 블루베리가 깔려있고 우유와 커피가 약간 섞인 주스와

망고를 갈고 뭘 섞은 것 두 잔을 주문했는데 그것도 이름이 이상해서 기억나질 않는다.

이왕이면 쉬운 이름을 짓지 아름다운 우리 글들이 이런 곳에서부터 자리 잡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짧은 순간 하면서 친구와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2년전 가을에 남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도 씩씩하고  밝게 생활하고 있으며

지인들의 대소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늘 웃는 얼굴로 살아가고 있어

그 모습이 더 보는 이를 가슴 아프게 한다.

 

 친구는 20대 초반  결혼하면서부터 시어머니와 같이 살았는데 외아들인 남편이 떠난 후에

시누이가 모셔갔던 시어머니를 직장 때문에 함께 모시러 가지 못하여 아들과 딸에게 모셔오라고 했더니

시어머니는 아들없이 꽃같이 젊은 며느리와 살기 미안하다며 손주들만 돌려보내셨다.

내 친구는 쉬는 날 아들딸과 함께 다시 시누 댁으로 시어머니를 모시러 가서는 눈물 바람인

시어머니에게 어머니보다 제가 더 힘들다며 살아도 같이 살고 돌아가셔도 우리 집에서 돌아가셔야

한다며 버텼다. 둘은 부둥켜안고 울었단다. 며느리에게 면목 없는 시어머니는 끝까지 고집을 부렸고

지금 안 따라가시면 절대로 못 오시게 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던 친구가 끝내 시어머니를 모시고 왔다.

 

 남편의 몹쓸 병으로 그러잖아도 쪼들렸던 살림살이는 점점 더 쪼그라들어 결국 더 단출해진 살림살이로

 작은 곳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다행히 아들도 중고등 학생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근면. 성실하더니 

대기업에 취직하여 잘 다니고 있고 딸도 작년에  대학졸업을 하여 취직을 해서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겼다 한다.

 

7월 중순 시어머니 생신날은 시루떡 한 말을 하고 수박 두 덩이를 사들고  몇시간 일찍 조퇴해서

시어머니가 다니시는 노인정으로 가서 인사를 드렸단다.

시어머니 친구분들은 하나 같이 이렇게 젊은 사람이 혼자라서 어쩌냐고 좋은데 시집가서 편히 살라고

바른 말씀도 하시고  착하다며 안아주시고 쓰다듬어 주시더란다.

시어머니가 노인정에서 다른 집 자식들이 대접한 떡을 가끔 얻어 오셨는데 

그동안 어렵게 산다는 이유로 한 번도 대접해 드리지 못해서 그게 늘 마음에 걸렸었단다.

꼭 좋은 음식이 아니더라도 해드리고 싶어서 그렇게 대접해드리고 나니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 생각에  참 잘했다 싶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친구를 만나면 항상 빠지지 않는 두 가지가 있는데

일단 반가워서 활짝 웃고 이야기하다 어찌어찌 남편 이야기나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꼭 운다는 거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저 여자들이 소박맞았나? 하겠지만 둘은 이래저래 눈이 벌겋게 되어 훌쩍거린다.

이야기 들으면서 어찌나 짠하고 착하고 이쁘고 대견하고 사랑스럽고 아프던지 ......

한마디로 이 친구가 존경스럽다.

남편없이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젊은 며느리가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데

정말 장한 며느리 상이라도 주고 싶다.

 

우리 다음에 만날 때는 울지 말자면서 키득거리고 웃었지만, 다음에 만나면 또 오늘처럼 되풀이 한다.

지난번 직장에서 늦게 알게 된 친구이지만 많은 것을 배우면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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