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하면 번쩍 여고시절이 생각난다.
학창시절 한번쯤 남학생이 따라오지 않았던 여학생은 없었을 터!
나역시 고2 봄날 따라오던 남학생에게 이름 끝에 '숙'자가 촌스럽고
싫어서 '주'로 바꿔서 지키지 않을 빵집 약속을 하고
약속을 어긴 뒤 남학생은 우리학교 여학생에게 '주'를 대며 찾아다니고
수소문하며 존재하지 않는 여학생이 되었던
언제든 웃음을 물리는 추억이 있다.
그 시절은 이름을 바꾸려면 엄청난 돈과 법과의 싸움이고 쉽게 바꿀 수도 없다는 걸
알았으므로 우린 그저 받아들이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마을 안쪽에 살던 남학생은 대구로 나갔다가 명절을 맞아 시골로 왔는데
이름을 '이열희'에서 '이정희'로 바꿨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졌다.
남자가 어차피 바꿀 이름을 왜 끝에 '희'자는 끝까지 붙들고 가나? 하고 혼자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기도 했는데 이름 바꾼 작은 일이 시골에서는 참말로 희한하다고
아줌마들 빨래터에까지 소재가 될 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었다.
그 후로 80년대 중반 서울에서 취직을 했던 나는 직장에서 '동순'이란 남자직원에게 전화가 올 때는
'도현'씨를 바꿔달라고 해서 어리둥절했지만 부르기만 그렇게 부르는 법적정리가 아닌
상태에서 이름을 바꾼 사람을 가끔 보기 시작했다.
요즘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카카오톡이 여러사람 짜증나게도 하고
깜짝 놀라게도 한다.
동창생들은 일단 무슨일이 있으면 단체로 초대를 해 놓고 수시로 카톡~카톡~~~!
하긴 우리 남매들도 단체로 초대해놓고 할 일 없는 육십중반의 큰언니는
아침부터 동생들 출근과 건강을 염려하며 하루를 잘 보내자는
카톡을 한다.
어느 날 단체 카톡에서 모르는 이름이 하도 많아 중학교 동창들끼리 카톡하다가
서로 이름을 바꾸자는 둥 너도 나도 난리였는데.....
그중 '춘자'가 '춘화'로 바꾼다는 말에 우리들은 모두가 그럴거면 바꾸지 마라며
한바탕 소동이 일었고, 오래간만에 바뀐 이름을 대할떄는 누가 누군지 정말 몰라
예전 그대로 쓰라고 난리였다.
중학교 동창 '한방식'은 서울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미 20년 전에 '한영민'으로
바꾸어 성공한 사업가로 자리를 잡고 땅도 사고 강남에 사는데
이름을 바꿔서 잘 된건지 암튼 잘 바꾼거 같다.
초등학교 동창 '손낙진'은 '손한규'로 바꾸고 대구에서 역시 잘 나가는 시계수리공이
되어 다른나라에 봉사활동까지 다니며 자리를 잡고 번화가에서 점포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때는 말이 거의 없었던 '김말선'은 수십년만에 처음 카톡에서'김현서'라는
이름으로 대화방에 있어서 대부분이 현서가 누구냐며 친구들을 뜨악하게 만들었고
고종사촌이자 동창인 '김복순'은 재작년에 철학관에 갔더니 아들 대학도 그렇고
가족 모두 이름을 바꿔야 좋단다며 '김도은'으로 아들 '오세응'도 바꾸었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럭저럭 몇 외울만하니 다시 단체카톡방에서 '이유정'이라는 이름이 왈가왈부
우리들의 관심으로 모아졌는데 작년에 딸 시집보낸 '이명애'가 바꾼 이름이었다.
어느 날 중학교 동창들이 서울 청와대에 근무하는 친구덕에 청와대 단체구경을 왔는데
반갑다고 뛰어 온 고등학교까지 같은 반이었던 '이옥임'이는 '이지안'으로 '김동숙'은 '김수현'
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한꺼번에 닥친 친구들 바뀐 이름에 적응하기는 가끔 연락을 할때는 당최 헷갈리기
일쑤이고 실수도 잦다.
내가 딸을 낳았을때 시아버지께서 '준경'과 '준실' 중에 고르라고 하셨는데
차마 '제가 지어놨어요'를 못하고 둘 중에 고르기도 정말 쉬워서
1초만에 '준경'으로 정했는데 우리딸은 자라면서 이름때문에
수시로 이름이 남자이름 같다고 바꿔달라 졸라대며 친구들은 이름이 다 이쁜데
저만 이상하다며 많이 속상해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받아들인다.
차마 시아버지 앞에서 눈내리는 날 새벽에 태어났다고 새벽'효' 눈'설' '효설'은 어떠세요?를
못해 보고 '네'라고 대답했던 자신이 조금은 후회스럽다.
이렇게 요즘은 이름도 쉽게 바꾸고 하는데 나이들어갈수록 내이름의'숙'자가 싫었던
세월보다 더 깊이 정도 가고 좋아진다.이젠 전혀 바꾸고 싶지도 않다.
중학교때 국어 선생님이 좋아서 그때는 국어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선생님은 '김한권'선생님이셔서 우리가 많이 웃으며 살금살금 놀리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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