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전 셋째언니가 낳아준 나의 조카 세현이!
처녀시절 세현이가 태어났을 때 정말 천사의 모습이었다.
언니의 친정휴가에 맞춰 회사휴가를 내고 시골로 따라갈 정도로
세현이는 정말 이뻐도 너~~~~무 이뼜다.
휴가기간에 엄마의 일을 도우러 밭으로 나간 언니를 대신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현이를 돌보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던 나는
아가보는 재미에 푹 빠져 새색시 마냥 종일 세현이 기저귀갈며
간식먹이고 목욕도 시키고 그러면서 며칠을 보내다 오곤했는데
그때 세현이에게 입혀줬던 하얀 면 티셔츠와 검정멜빵바지가 아직도 생생하다.
하얀 리오부라보옷에 그려져 있던 곰돌이 무늬도.
그런 조카가 자라면서도 성질 한 번 내지도 않고 굼실굼실 대답만 응~하고
공부도 잘해서 중고등학교를 지역에서 내로라 하는 곳으로 가더니만
대학도 턱하니 좋은 대학가고 네덜란드로 교환학생이 되어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기까지 고등학생때는 수업후에나 휴일엔 독서실이 세현의 집이 될 정도로
노력을 무던히도 하였는데 그 때 그 모습이 안쓰럽고 이뻐서 오가며 간간히
적은 돈이지만 용돈을 쥐어 줬었다.
세월이 흘러 군에 가고 휴가를 나오고 그럴 땐 용돈도 많이 주고싶었지만
내자식이 자라고 있어서 여유롭게 주지도 못하고 조금씩 주기만 했었다.
울조카 학생시절에도 요즈음도 어버이날이면 꼭 내게 카네이션을 선물해주고
화분에 담긴 이쁜 꽃을 주기도 하였는데 이리보고 저리봐도 늘 이쁘기만 해서
언니도 부를 땐 항상 '우리세현'이라고 부른다.
지난번 친구들 모임을 마치고 잠실에서 우연히 만나 나란히 버스를 타고 오면서
아들만난듯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좋은 곳에 취직해서 주말에만 오는데 그날
버스에서 이모 필요한 거 말하라기에 이모는 안해줘도 괜찮다고 극구 말렸더니
아니라며 꼭 생각해서 문자로 보내래서 알았다고만 하고 보내지 않았다.
엊그제 언니가 세현이 선물을 대신 전해 주었다.
어찌나 뭉클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사회 초년생이라 힘들텐데 상품권을 전하면서
이모 필요한거 사라고 했단다.
울 이쁜 조카가 태어날 때부터 잔잔한 기쁨을 주더니만 청년이 된 지금도 내겐
크나큰 기쁨이다.
이 모든것이 감사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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