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며 사랑하며

살아오는 동안에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2. 10. 20.

13년전 몸과 마음이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일을 하던 나를 옆에 사는 언니가

언니회사와  담벼락 하나 사이에 있는 공장에서 경리를 구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내게 조퇴를 하고 면접보러 오라고 했었다.

언니는 사장님께  아가씨 같은 아줌만데 괜찮으냐고 했단다.

그때는 경리직원이 아가씨였으니 언니는 그게 약간 신경이 쓰여서 그랬는데

막상 면접을 보는 자리에서 사장님은 당장 오라며 맘에 들어하셨다.

 

그때 현장과 사무실 창고며 화장실 두루 살피던 나는

'지저분하다' 그리고 이런곳에서 '어떻게 일을 하나?'

언니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당장 생각해보겠다며 그전 다니던 곳에서 눌러앉고

싶었다. 월급도 작아지고 이 낯설은 공장분위기는 태어나서 처음이고

잘난것없는 자신이지만 적응하기가 쉬울거 같지는 않았었다.

 

그동안의 무리한 일로 점점 몸과 마음이 파삭파삭해지고 

긴가뭄처럼 메말라있었고  옆에서 언니가 이러다 병난다며 이직을 강요하였기에

지금의 직장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첫출근하고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들고 현장 아주머니들과 바닥에 자리를 깔고

맛있게 식사를 했는데 아줌마 네 명의 호기심과 질문이 참 많았었다.

그 중엔 나보다 한 살 많은 사람이 "생긴건 도도하게 생겼는데 밥먹는 모습 보니까

이런곳에서도 잘 먹고 웃는 모습이 생긴거랑 딴판이고 말하는 건 더 재밌다" 며 호감을 보였다.

그 후로 나이차도 한 살밖에 나지 않아서 친구가 되었고, 사무실 업무가 별로 없을 때는

전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가서 그 친구의 미싱하는 모습을 보며 사장님이 외출한 시간에는

몰래 미싱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미싱이라는 기계가 그렇게 생긴거며 종류도 다양하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기계치였던 내가 미싱에 도전하게 된 것도 그 친구  덕분이다.

그 친구는 나이도 비슷한데 저렇게 잘하는데 나라고 못할소냐! 하며

조금씩 연습을 하고 나중엔 작은 소품이나 쿠션정도는 손수 만들게까지 되었는데

어느날 사장님이 그 모습을 보시고는

어디서 미싱하다 왔냐고 하실정도였다.

 

사실 맘속엔 나이먹으면 경리를 계속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고

미싱기술자들은 어지간한 남자월급보다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미래에 대한

하나의 준비를 하였는데  옆에서 언니는 전공한게 있는데 왜 배우냐며 화를 내기도 했었다.

언니가 등록금을 대주며 가르쳤는데 지금와서 왠 미싱이냐며 소리도 질렀지만

그보다 당시에는 돈을 벌어야 하기에 일의 질보다 돈의 액수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와서 곰곰 생각해보면

노력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은

뭐가 되었든간에 보람있고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부터는 사장님께 당당히 요구를 하고 사무실 일과 현장 일을 병행하며

불경기라 모두가 힘든시기이지만  내 자리를 꿋꿋하게 지켜내고 있는것도

모두 노력의 댓가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월이 더 가기전에 뭔가를 배우고 싶은데 마음만 그렇고 늘 생각에서 그친다.

그만큼 나태해졌다는 얘기가 된다.

 

이 풍요로운 가을에 콧바람이 들어서 난 산으로 산으로 자꾸만 오른다.

출근하는 주중에는 산아래서 책을 읽으며 보내다가  휴일이면 어김없이 가까운 산으로 오르며

건강하게 살아야지! 하고 맘먹게 되는것은 아마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위로보다  마음은  건강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어서일 게다.

 

말이 살찌는 이 계절 내 몸도 살이 찌고 있다. 점점......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을 잘꾸면 아가를 만납니다.  (0) 2014.05.16
조카 세현이가 준 선물!  (0) 2013.03.08
우리.  (0) 2012.03.20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야!  (0) 2012.02.16
책속에서 얻는 위안과 행복  (0) 201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