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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 영화, 공연)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의 '4-3'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4. 5. 23.

 

4-3

 

  -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쓰고 김수현 옮기다 -

 

 한달전 세월호 침몰로 모두가 눈물을 흘리던 때.

딸아이는 마침 ' 4-3'을 읽고 있었다며 남들만큼 울고 남들만큼 아파하며 이 책을 권했다.

가족이 갑자기 저 세상으로 떠나고 남은 사람이 극복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란다.

 

 사실 그다지 끌리지 않는 수기 형식이라 대답만 하고 집에선 다른 책을 읽고 사무실에서 적당히 시간날 때

읽으려고 밀쳐 둔 책이었는데 이 사고로 인해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야 할 그들의 아픔을 대해야 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4-3' 은 네 식구에서 세 명이 죽었다는 간단명료한 제목이다.

남편이 아이들을 태우고 기차 건널목을 건너다 기차와 충돌하여 난 사고인데 주인공 바버라는 다른 일로 그 차에

타고 있지않아 사고를 면했다.

사고는 늘 예고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임이 틀림없다.

 

 2008년 3월 바버라의 남편헬리와 아들 티모, 18개월 된 딸 피니는 교통사고로 세상으로 떠났다.

 

 그후 바버라의  1년간의 삶과 주변 지인들과 타인들의 위로, 편지 그리고 일기들이 고스란히 적혀있는 내용이다.

주변의 크나큰 도움도 감사하지만 때로는 무관심 속의 손내밈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바버라.

자신의 삶은 더이상 의미가 없는 과거의 일상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자신을 발견하고 심리치료도 받고

아들의 유치원에 찾아가 아들의 부재에 대한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몇 달간은 두문불출하고 침대에만 누워지내면서 먹지도 씻지도 않는 생활을 하는데 묵묵히 주변에서 음식을 갖다놓고

위로의 편지를 전하면서  끈을 놓지 않고 지키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 누구도 아닌 바버라 자신이 나와야 하는 어두운 터널안에서 넘어지지 않고 조심스레 한발 한발 내딛기를 기다리면서.

 

 생각보다 빨리 문 밖으로 나선 바버라는 세상이 어색하고 무심히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에 울컥이게 되는 자신을 본다.

택시기사가 무심히 뱉은 아이있어요? 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아야 하고 남편에 대해 물을때도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너지고 아파하다 깨닫고 적응을 시작한다. 아이는 없어요! 남편은 있어요! 이 대답은 묻지말라는 말이다.

 나는 내 삶의 관객일 뿐이라는 생각과 솔직히 말하면 다른 뭘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자신이 공중부양 된

느낌을 떨칠 수 없다고 한다. 잊기위해 일을 해야 하고 일을하면 잊혀지고 시간이 빨리 가리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떠 있는 기분이고 어느것도 진심으로 몰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슬픔과 분노가 가득찬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게 하고 떠났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 바버라.

무심한 일상속에서 나만 그래야 하는 많은 사소함이 가장 아프게 느껴지고 읽혀진다.

 

 스스로 잘 버텨낸 바버라는 자신의 삶을 뜨개질에 비유한다.

'죽음이 내 삶에 뚫어 놓은 구멍' 구멍 뚫린 스웨터의 구멍을 다시 이어서 뜨개질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조금만 실을 당겨서 뜨면 쭈그러 들어 움푹 패이고 조금만 느슨하게 뜨면 늘어지고 헐렁해서 보기 싫어지듯이

아주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연결해야만 한다. 그러다 당기고 헐렁해지면 풀어서 다시 뜨개질을 하고.

결국엔 스웨터의 헌실과 새 실을 섞어서 보기싫지 않을 정도의 모양을 갖춰 간다는 내용이다.

 

 피붙이를 어느날 훌쩍 떠나 보낸다는 상실감은 겪어보지 않고는 절대 모른다.

이런 상황에 처한 그들에게 따뜻한 한 번의 포옹이 어쩌면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을 기대하지만 말이다.

슬픔이 담긴 책은 늘 그렇듯이 읽을 때나  읽고나서도 아프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월호의 희생자 구조가 하루속히 끝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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