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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귀여워진 우리 엄마!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2. 12. 20.

          지난달 말, 셋째 언니가 영천으로 가서 엄마를 모시고 왔다.

          멀리 딸네 집으로 간다 하면 절대로 따라나서지 않으시기에

         시골집으로 가자며 오빠네 한동안 계셨던 엄마를 모시고

          서너 시간 달려왔다.

          그동안은 마음뿐이지 정작에 이런저런 핑계와 나 살기 급급하여

         딸들은 그저 오빠네 계시니까! 하면서 안도하고 전화나 가끔 드리고

          1년에 한두 번 겨우 찾아 뵙곤 했었다.

 


         셋째 언니네에서 2주일을 계시고 지난주에 우리 집에 모시고 왔는데

         막상 맛있는 음식도 못 해 드리고 소홀해진다.

         오시기 전엔 이것도 해 드리고 저것도 해 드리고 많이 보고 웃고 그래야지 했는데

         이리저리 동동거리며 우리 애들 챙기느라 엄마는 늘 뒷전이다.

         며칠 전엔 엄마를 씻겨 드리려고 하니 방안에만 있으니 때도 없고 더럽지도 않다며

         아주 귀찮아하셔서 업자고 했더니만

         등을 휙~ 밀면서 슬금슬금 일어나 목욕탕으로 걸어가셨는데

         엄마의 뒤에서 가만 걸으며 휘어지고 마른 엄마의 몸피를 보노라니

         딸이 조금이라도 힘들까 봐 절대 업히지도 않으시려 하심에 맘이 아릿했다.

 


        내가 출근하고 나면 애들한테 수시로 물으신단다.

        "엄마 어디 갔나? 여기 누구 집이고? 너희 엄마는 언제 오나?"

        5분 전에 한 말도 금방 잊으시고 아주 오래전 엄마 자랄 때 이야기나 엄마 친구들 이야기

        원수 같았다던 아버지와의 결혼 생활과 그 시절 없이 살았던 이야기, 많이도 추웠던 시절 이야기는

 자주 회상하며 끄집어내도 반가이 대답하신다.

       내가 같이 있을 때는 "작은 오빠네 집이 가까우냐? 작은 오빠가 왔다 갔느냐?"를 수시로 물으시고

       "여기가 옥이 집이가? (셋째 언니네) 너희 집이냐?"를 묻고 또 물으시다가 큰언니가 왔다 갔냐며

       가끔 물으신다.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하다가 엄마의 모습이 귀여워서 깔깔거리며 웃기가 일쑤다.

       그러다 가끔 짜증이 나서 대답에 짜증을 얹어놓고는 들킬까 봐 얼른 다른 말을 하기도 한다.

       작은 체구에 종일 누워 지내다시피 세월을 보내시는 엄마가

      이젠 정말 시골에 가시면 언제 다시 오실 수 있을까? 싶다.

       연세가 있으시니 잘해 드려야 하는데 늘 마음뿐이고 내 자식 위주이니 불효막심한 자신이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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