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방학 기간엔 우리 딸이 아르바이트하느라 분주하게 보냈다.
6월 20일에 기숙사에서 나와 21일부터 주말에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일했고
주중에는 친분이 있는 음식점에서 너덧 시간씩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그러다가 7월부터는 중학생 두 명을 과외수업하면서 서서히 음식점 아르바이트는 끊었고,
지금은 기숙사에 있지 않고 집에서 통학하면서 과외를 계속하고 나랑은
틈 나는 대로 실랑이도 하고 서로 잘났다고 박박 우기기도 했다.
딸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의 일이다.
퇴근길에 잠시 얼마나 잘하고 있나 보러 갔더니만
손님 대하는 태도는 공손하고 예의 바른 듯이 보였다.
잠시 후 계산을 하는데 물건값을 묻는 손님에게 "천 원이십니다" 라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서 눈짓과 손짓으로 말을 고치라고 했는데 알아 들은건지 못 알아들은 건지
거스름돈을 내주면서도 다른 손님에게도 말끝에 '이십니다'를 붙인다.
잠시 밖에서 기다리다 한가할 때 딸아이에게 말을 해주었다.
"얼마입니다."라고 말해야지 '얼마이십니다'가 뭐냐고!
첫날엔 그렇게 "어서 오세요"부터 "얼마입니다". "안녕히 가세요"를 했는데
같이 일하는 스물네 살 먹은 언니가 그렇게 하지 말고 "얼마이십니다"로
말하라고 했단다.
난 정말 어이가 없어서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해주었고, 대학생인데
기본으로 생각해 보라며 바르다고 생각되는 것은 그대로 하고 틀렸다 싶으면
엄마한테 물어보든지 그 언니와 말이 이상하다고 얘기를 해봤어야 한다고 해주었다.
다음 날은 딸이 "얼마입니다"라고 하는데 그 언니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자기 방식대로 "얼마이십니다"를 하라고 해서 대답은 그리 하고 "얼마입니다"로
말을 했다고 한다.
엄마 말이 맞는데 자꾸만 그러지 말라고 하니 상당히 곤란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물건이 더 귀한 대접을 받듯이 "과자가 ...이십니다" 는 틀린 말이니까
그 언니 말 귓등으로 넘기고 주관대로 하라고 했다.
얼마 후에는 방실방실 웃으며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딸이 하는 말이
"엄마, 그 언니도 이젠 손님들에게 나처럼 말해" 이런다. 참 다행이었다.
사소한 거 같지만 거슬리는 말들이 참 많다.
가끔 존칭을 잘 못 사용하거나 물건이나 사물을 받드는 말이 되어 버리는 학생들의
말을 들을 때는 고쳐주고 싶어진다.
사실 이러는 나 자신도 잘 못 말할 때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딸이 편의점 아르바이트 3개월을 하고 그만 둘 때는 편의점 점장이 계속하라며 붙잡았는데
다행히도 상냥하고 인사성 밝아서 손님들이 좋아하고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라 점장도
그동안 고마웠다며 시간 되면 언제든지 와 달라고 했단다.
통학하며 과외수업하며 하기에는 너무 힘들 거 같아 그만두라고 했다.
딸이 힘들겠지만 내겐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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