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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사나운 강아지 (엄마 속 태우기!)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9. 8. 20.

 

 

 

얼마 전에 발을 다쳐 여섯 바늘 꿰맨 곳을

지난주 14일에야 실밥을 풀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또 애간장을 태운다.

 

 기타를 독학으로 연습하다가(너무 열심이라서)

열심히 공부하는 조건으로

중3 겨울 방학 기간 두 달간 학원을 보내 주었더니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밴드 동아리에 떡하니 가입하고

공부는 남들 앞서면 제 엄마 기절할까 봐 걱정되고,

너무 못해도 성질 사나운 엄마와의 약속 때문에 신경이 쓰였는지

적당한 중상위권으로 고 2가 된 지금까지 앞으로 올라가지도 않고

뒤로 물러가지도 않고 딱! 야단맞기 아슬아슬함을 유지하고 있다.

(실은 그리 믿고 싶다.)

 

 

 방학하는 날! 학년에서 아들 반이 1등 했다고 선생님이

피자를 내는 바람에 성적표를 서랍에 그냥 놓고 왔다며

방학을 마음 편히 지낸 아들 녀석이다.

(물론, 아들 친구들에게 확인했지요. 그놈이 그놈이지만)

 

 실밥 뽑고 바로 밴드 동아리에서 종로 2가 낙원상가에 악기 고치러 가는 날,

명이 갔는데 혼자 홍대 앞 인디 밴드 공연을 보겠다며

생전 처음 혼자서 지하철 타고 갔는데 종일 신경이 쓰였다.

 오후에 전화를 몇 번이나 해도 받지 않고 문자를 해도 답도 없다.

이럴 땐 애간장이 타고 고2라지만 아직 어린데 어리바리해서

길이 헷갈려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지는 않나 오후 내내 걱정이 되었다.

 

 저녁 일곱 시가 넘어 전화가 온다.

"엄마는 내가 애야? 나 고2인데 뭘 걱정하느냐"며 친구들한테 창피하게

전화하고 그런다며 되려 투덜거린다.

 

 "그럼 네가 애지 어른이야? 애간장 그만 태우고 빨리 와!"

집에 와서 얘기하자. 너 이런 놈, 저런 놈, 나쁜 놈, 하며 씩씩댔더니

나만 힘들다.

 홍대 앞까지 사진 배우러 다니는 친구들과 만나기로 해서 잘 알고

가서 공연보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멋진 공연을 봤다며 기념으로 남겨온 못생긴 아들이다.

 

 그럼 앞으로 얼굴이 크네, 나는 못생겼네, 그런 말 좀 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지금 와서 물릴 수도 없고 AS 하려면 나중에 커서

돈 벌어서 네가 하라고 확실히 해놓았는데

오늘부터 개학이라 일단 한 씨름 놓기로 했다.

에그~~ 미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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