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동아리에서 MT 간다는 딸과 통화를 하였다.
딸의 말인즉, 술이 절대로 늘지 않아서 걱정이란다.
그럼 그렇지 엄마 닮았으면 절대로 술 못 먹는 체질이니 포기하라고 했다.
안방에서 통화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열심히 기타 치던 아들 녀석이 불쑥 문 앞에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엄마! 나는 술 늘었어!"란다.
아니! 엄연한 고등학교 2학년이 작년 이맘때 가족들이 모여서
장난삼아 먹여도 맥주 반 잔에 벌게져서 맥을 못 추던 녀석이 늘다니?
"뭣이! 너 언제 술 먹었는데? 어떻게 알아? 기가 막혀!"
하면서 딸과 나는 어이없고 기가 차서 웃었다.
곰곰 생각해보니 지난 겨울 방학 때 아들은 가족 내력상 술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고 세뇌를 시켜놨더니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계산으로
친구네로 놀러 가서 또는 학교 동아리 모임에서 1학년 여름방학 때
수동 계곡으로 야영 가서 이런저런 기회에 '앗싸' 하면서 이슬이랑
점점 친해진 게 분명하다.
설마 고등학교 교과목에 술 먹는 요령이나 방법은 없을 것이고!
우리 아들 정말 연구대상이다.
어제는 어버이날이라고 일주일 전부터 강조하며 책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책 한 권에 친구들 셋을 데리고 들어온다.
저녁을 챙겨 먹이고는 작년에 보쌈 배달시켰을 때 따라서 온 소주가
아직도 베란다에 얌전히 놓여있어서 아들과 아들 친구들에게 말했다.
"다음에 술 먹을 때는 우리 집에 한 병 있으니까 그거 너희들이 먹어라!"
하니까 한 명이 "고맙습니다!" 한다.
"아주! 정말 좋은가 보네" 하면서 한참 얘기를 했다.
"아줌마는 어떻게 이해하세요? 정말이에요?"
줄줄이 이어지는 질문에 아무 데서나 마시지 말고 실수도 말고
과하게 먹지도 말고 등등. 적당한 선에서 좋게 말은 해주었다.
남자들은 잘 아시겠지만, 남고생은 몰래 술도 마시고
그러는 경우가 많아 어느 정도는 이해해주려 한다.
하지만 담배는 절대로 배우지 말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대부분 부모들이 내 자식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들만 봐도 그렇다.
무조건 막지만 말고 그렇다고 너무 풀어서 함부로 되지 않게
적당히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난 오늘도 아들과 이런저런
쓸데없는 얘기도 섞어가며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살짝 걱정도 된다.
아들 친구 엄마들이 술 먹으라 했다고 우르르 몰려올까 봐서!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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