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밤송이 이야기를 한 번 더 해야겠다.
까칠까칠하고 성질 피울 땐 내 딸이 맞나? 하다가도
아! 나도 고등학생 때 한 까칠했지... 하면서 인정을 하고 만다.
이런 까칠이가 어젯밤 부로 성질 고치고 이젠 부드러운 여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명문대는 아니지만, 그간의 노력으로 수시 합격을 하였고, 학원도
다니지 않으면서 혼자 인터넷강의와 독서실을 오가며 열심이었으니
결과에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까칠이 밤송이가 근검절약하는 마음이 가끔은 심하다 싶다가도
어느 때는 겁날 정도로 펑펑 쓰는 바람에 무서울 때도 있다.
이런 딸이 티슈를 뽑아 달라면 꼭 용도를 물어본다.
슬쩍 묻고는 아주 사소한 곳에 쓰인다 싶으면 화장지를 뽑지도 않고
끄트머리 조금만 잘라 주기도 하고 한 장을 꺼내서 반의반을 주기도 한다.
언젠가 비싼 티슈니까 아껴 쓰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땐 영락없이
놀부마누라감이다.
얼마 전엔 식탁 위에 동그랗게 우유 200 미리 아홉 개가 얹혀 있길래
뭐냐고 물어 봤더니 학교에서 친구들이 먹지 않아서 다른 친구들 갖고
가지 말라면서 혼자 몽땅 들고 왔단다.
버스로는 세 정거장 거리이고 걸으면 15분 정도 되는 거리인데
본죽 종이 가방에 아홉 개나 챙겨서 들고 왔단다.
종이 가방도 이쁘지 않으면 들고 다니려 하지 않더니만 어떻게 그걸
들고 왔는지.
가끔 두세 개 들고 오기도 했지만, 최고 많이는 네 개까지 갖고 온 거로
아는데 아홉 개는 친구들 보는데 어찌 챙겨왔을까?
그 날 나는 회사에서 나오는 500 미리 우유를 먹지 않고 챙겨갔는데
아홉 개 가운데 얹어 놓고는 모녀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것 또한 모전녀전이 아닌가!.
다른 모든 면에도 짠순이가 되고 알뜰한 딸이 되어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