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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우리 집 밤송이!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8. 10. 4.

      우리 집 밤송이

 

 학생들이 있는 집은 으레 아침이면 전쟁 아닌 전쟁이 치러진다.

 우리 집은 다른 집보다 더 북새통이고 정신이 없는 거 같다.

 아침잠이 유난히 많은 나 역시 일어나는 건 고역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일어나 머리를 감고 애들 깨우면서 아침을 준비한다.

 딸과 아들이 동시에 일어나면 화장실 때문에 서로 티격태격하니까

머리가 긴 딸을 먼저 깨워 다 씻어 갈 즈음에 아들을 깨운다.

 딸이 교복을 입고 젖은 머리로 식탁에 앉으면

그때부터 딸과의 신경전이 벌어진다.

 

 머리가 자율인 게 늘 불만스러운 나는 딸아이의 긴 머리를 아침마다

말려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어쩌다 학교에 지각할 거 같다는 말에 중학생일 때부터 말려주기 시작한

머리가 6년째 아침마다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면 고맙고 감사해야 할 것을 날이 갈수록 고마움도 잊어버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가끔 투덜거리고 짜증도 낸다.

 요즘 들어 부쩍 잦아지는 짜증에 받아주는 나로선 머리를 싹둑 잘라버리고

싶은 날도 있게 마련!

 

 긴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리다 보면 가끔은 집히기도 하고 머리끝이 엉켜있기도

하고, 때로는 앞머리를 잘 못 말려 쟁쟁대기도 하고,

 더 큰 일은 가르마를 잘못해서 조금이라도 헝클어지면 생 G랄이다.

 밥도 먹지 않고는 머리에 신경을 쓰고 까탈을 피우는 게 영~밉다.

 

 요즘은 더 신경질적이 되어서 잔소리라도 할라치면 수능이 얼마 안 남아서

날카로운데 이해 못 한다는 식이다.

 미워서 너무 까칠까칠해서 너랑 말 못 하겠다. 그러면서 별명이 생겼다.

 우리 집 밤송이!

 어째 밤송이보다 더 까칠까칠해서 근접하지도 못하겠으니.

그래 두고 보자 수능 끝나면 그때부터 넌 가만 안 둘 거야!

 6년간 말려 준 머리는  방학때 빼고 1년에 250일로 잡고 짧은 머리 3년

긴 머리 3년이니까 6년. 한번에 3,000원으로 계산해서 꼭 받아야겠다.

미용실에 손님도 그런 까탈스런 손님은 드물 터!

 까칠거린 성질 다 받아 준 것까지하면 너무 싸다..

1년에 75만원, 6년이면 450만원이네~~~ ㅎ  

 이제 한 달 남짓만 참아야지! 우리 집 미운 밤송이와의 전쟁도 끝나간다.

 분명히 머리 말린 값은 계산해 주기로 했으니까 꼭 받으리라.

 나중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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