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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내 곁에

엄마의 미소.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8. 9. 16.

 어김없이 오늘 저녁에도 엄마와 통화가 길어진다.

 거의 매일 저녁 통화이지만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그 새를 참지 못해 먼저 전화를 하신다.

 "엄마! 오늘은 뭐하셨대?"

 "오늘은 화남 병원 갔다 왔지!"

 엄마의 대답 속에 밝은 기분이 확 전해지고 기분도 아주 좋으심을

고스란히 전해 받는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시골에 계신 엄마는 동네 사람들과

오전 10시 30분에 화남한의원에서 오는 15인승 봉고를 타고

한의원에 가신다.

 그날은 엄마의 모든 병과 고단함이 사라지는 날이다.

 시골의 엄마와 여러 어르신은 아픈 허리와 팔다리 무릎.

아프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운 마른 몸을 이끌고 그 차를 탄다.

 

 한의원에 도착하면 엄마는 차의 중간쯤에 항상 자리하시어

천천히 내리시고, 엄마의 오빠인 외삼촌은 차의 앞에서 먼저 내리신다.

 87세의 외삼촌은 접수창구에서 외삼촌 접수를 하시면서

얼른 81세의 여동생인 엄마를 내 동생이라며 권.복.순이라고 힘주어

말씀하시고 여유롭게 대기석에 앉아서

 작은 체구의 엄마, 즉 외삼촌의 여동생이 오기를 문밖을 유심히 바라보신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동생은 동생이니까!

 엄마는 여덟 명의 남자 형제 가운데 외동딸로 자라 오셨으니

그 연세에도 오빠 앞에 선 아마 외동딸의 응석이 가라앉지 않으셨을 거다.

 

 "엄마! 차 타고 삼십 분씩 갔다 오면 힘들지 않나?"

 "아니다. 오빠가 먼저 접수해주고 나는 그냥 침만 맞으면 되고 괜찮다"

하시며 오늘따라 말씀을 기분 좋게 잘하신다.

"의사가 나한테 짬뽕 좋아한다고 짬뽕할매라고 놀린다. 그리고 내 볼이

통통하다고 차 기다리는데 볼을 꼬집어 가며 놀린다'"

 엄마는 짬뽕을 아주 좋아하셔서 치료가 끝나면 가끔 한의원 근처에서

엄마 표현으로 짬뽕 맞춰 먹고 오신다.

 "엄마, 의사 선생님이 젊어?"

 "늙었다. 아주 늙수그레하더라."

 "엄마가 예뻐 보였는가 보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하고 나한테는 놀린다."

 이러시며 수화기 너머로 생생해진 엄마의 음성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쿡쿡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는다.

 속으로 난 공주병이 엄마에게서 자연스럽게 나를 지나고 이제는

우리 딸한테로 이어지는구나! 생각되어 한참이나 우스웠다.

 81세의 우리 엄마가 귀엽다고 느껴지는 오늘이다.

 제발 제때 식사하시고 건강하게 사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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