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에 차에서 내리는 순간 앞에서 걸어가는 학생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가만 보니 점퍼 입은 몸이 그리 크지도 않고 아닌 것도 같아
엉덩이 부분으로 눈길을 주니 더덕더덕 누더기처럼 짜깁기 한 건
우리 아들 바지 같기도 하여 다시 아래로 훑어보니 어머나! 스니커즈 운동화가 닳고 닳은 것이
팥죽색이다. 학생들 모습이 워낙 비슷비슷해서 실수할까 봐 조심스레 불렀다.
땡땡아! 휙 돌아보고는 엄마를 반갑게 맞는다.
저녁 보충 수업 시간에 예까지 어쩐 일이냐니 운동하고 다시 학교로 가는 길이란다.
보자마자 아파트 후문 쪽이라 후문에 있는 분식집으로 가서 떡꼬치를 사 달란다.
떡꼬치가 준비되는 동안 어묵을 하나씩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데
얼마만의 데이트인지 기분이 좋았다.
오늘 퇴근길에 집 앞으로 걸어오는 중인데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학생이
눈에 많이 익다 싶었는데 가까워진 순간 보니까 아들이네!
슬그머니 나무 뒤로 숨는데 보고는 싱긋 웃으며 하는 말
"어! 운명적인 만남이 잦네요!"라고 말한다.
"이 총각은 우연이 잦네요! 어디 갑니까?"
"학교 갑니다", "조심하고 잘 갔다 와"
오늘은 떡꼬치 사 달란 말도 않고 휭~하니 간다.
일주일 전 목요일 오후에 문자가 와서는
"엄마! 떨어졌어...", "알고 있어 다른 대학 가면 되지 공부나 해"
"네" 하고 삼십 분쯤이 지나 또 문자가 온다.
"엄마!"
"왜?"
"저기.... 시계 사 주시면 안 돼요?"
"염치도 좋다. 이놈아, 집에 가서 얘기해"
"네"
"눈치 보이니까 문자 하지 마, 사장님 계시고 지금 바빠"
그 후로 문자도 없고 내 기분은 우울했었다.
내신도 되고 성적에 적당한 곳에 수시 원서를 넣었는데 떨어졌다니
경쟁률이 높아도 어느 정도 기대를 한 게 사실이었다.
또 삼십 분쯤 지나니 아들 담임 선생님이 전화하셨다.
준후한테 소식 들었냐고 물으시기에 좀 전에 떨어졌다고 들었다 하니
준후 어머니 아니냐며 물으신다. "맞는데요"
"준후 합격했어요!" 하셨다.
준후가 떨어졌다 했는데 그 녀석이 장난쳤나 보다고 선생님께 감사하고
수고하셨음에 인사를 드렸다.
아들이 명문대는 아니지만, 서울 시내 4년제 합격하고는 거창하게도 지금
자기계발을 한다며 부실한 몸을 짐승남으로 만들고자 당당하게
보충 수업시간을 틈타 운동을 하고 목소리도 꽤 커졌다.
더불어 내 마음도 편해져서 아들과 데이트를 다시 하기로 했다.
며칠 후엔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자며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쏘겠다 한다.
우리 짠돌이한테 실컷 얻어먹어야지!
저 요즘 잠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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