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며 사랑하며

딸이 울었어요. ㅠ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1. 11. 15.

          

세월앞에 장사없다고 그 말을 실감하는 나이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혼자  마트를 가다가 딸이 공부하는 도서관 앞을

지나면서 괜히 딸을 불러냈다.

정말 쓸데없는 짓을 했다.

며칠 전부터 외투가 마땅찮다고 사달라 해서 찜찜하기도 하고

사줘야 될 것도 같아서 옷 한 벌 사주고 마트갔다가 도서관에

들여보내야지 했는데

길 한복판에서 엄마 이리 와보라며 구석으로 잡아끈다.

느닷없이 잡혀 갔는데 햇살에 반짝이는 내 머리카락속에서

유난히도 빛나는 그 무엇이 있었으니!

바로 흰 머리카락이었다.

몇 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염색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자주하면 눈도 나빠지고 머리결도 상할 것 같아

되도록이면 천천히 하려고 미루던 참이었다.

깜짝 놀란 딸아이는 옷 안 사도 되니까 염색하러 가자며

주변 미용실을 찾으려 분주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미용실에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염색이고 마트에서 약 사다가

집에서 하면 삼 분의 일 이상 절약이 되는데 뭔소리냐며

펄쩍 뛰었는데 막무가내다.

 

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코가 빨개졌다.

딸아이가 읽어가는 간판은 아마도 어른어른했을 거다.

급기야 눈물을 닦으며 잡아끌고 미용실 앞까지 갔는데

너무 속상하다며 눈물을 뚝뚝 흘린다.

나이들면 다 이렇게 되는 건데.......

외할아버지 닮아서 좀 빨리 생긴다고 했더니만

그러면 얼른 염색하지 왜 안하느냐고 닥달하며

이제부터는 미용실에서 염색하고 그러란다.

미용실 앞에서 실갱이를 하니 미용실 직원이 자꾸만 쳐다보고

딸아이 고집꺾기는 틀긴 것 같아 미용실로 들어섰다.

 

흰 머리 난 엄마가 불쌍하고 속상하다며 울어대는 마음 약한 딸 때문에

속상해서 나도 눈물을 흘린 뒤라 미용실 직원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길래

이러저러해서 왔다 하니

딸이 이쁘게도 생겼는데 마음이 너무 약하다고 웃었다.

 

그러잖아도 걱정이다. 우리 딸은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한다.

나역시 엄마! 란 두 음절만 들으면 가끔 그렇듯이.

 

앞으론 딸이 보기 전에 바로 염색해야겠다.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야!  (0) 2012.02.16
책속에서 얻는 위안과 행복  (0) 2011.12.10
가끔 이럽니다.  (0) 2011.01.04
만원 내기!  (0) 2009.11.06
넷째 언니  (0) 200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