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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석상자

나만 빼놓고!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8. 4. 22.

 

여섯살짜리가 열심히 학교에 다니면서

정말 슬펐던 적이 있다.

그날도 룰루랄라 콧노래 부르면서 사방에서 모여드는

학생들 틈바구니에 끼어 학교로 향했다.

아버지 엄마에게 깍듯이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를 외치고.

 

드디어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출석을 부르신다.

숨죽인체로 귀를 기울이며 60 명도 넘는 이름을 다 부르셨다.

나만 빼놓고!

아무리 귀를 열고 열심히 들어도 내이름 석자는 부르지 않으셨다.

알수없는 서러움과 슬픔과 괘씸함 그리고 억울함이 가득해서

수업이 끝나는 동시에 엄마를 찾아 헤맸다.

엄마의 하얗고 커다란 앞치마에 묻혀 엉엉 울었다.

정말 슬프게! 

내가 태어나서 슬픔을 느낀 첫 사건 이다.

 

울음섞인 말투로 엄마에게 일렀다.

선생님이 내 이름은 안불러 주셨다고.

그래서 우리엄마는 선생님께 부탁을 하고 오셨다.

출석 부르다가 생각나면 한번씩  불러주라고! (사실 입학 자격도 없었는데)

 

다음날 여전히 학교는 갔고  선생님이  드디어 출석을 부르셨다.

엄마의 부탁으로 내 이름도 호명되었다.

날마다 내이름 석자가 불리어졌지만 어느날은 김순희 뒤였고,

어느날은 손화자 뒤, 조호순 뒤..... 번호없는 1학년생인 나는

그해 결석도 없이 꼬박 학교를 잘 다녔다고 한다.

 

자격없는 꼬맹이의 말도 안되는 학교생활이었다.

수업이 끝날때에는 언니들이 업으러 와있었고, 선생님들은 볼때마다

'엄마젖 더 먹고 오라'고 하셨다.

초등학교 5학년때까지도 맨앞자리에 앉을정도로 체구가 작고 깡말랐던

내가 여섯살때엔 오죽했으랴!

 

우리엄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고집쟁이 막내딸의 말도 안되는 요구가 통했던 70년대 삽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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