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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엄마 입장. 아들 입장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7. 6. 10.

근 열흘 전부터 아들이 배가 아프단 소릴

자주 했지만 , 늘 그래 왔듯이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지난 일주일은 아들과 병원다니며 노심초사하며 보냈다.

 

월요일 부터 병원 들락거리며 맹장염과 증상이 흡사해서

혹시나 하다가 금요일엔 정말 바늘로 찌르는 거 같고

콕콕 쑤신다길래 수업 끝나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대기 중인데 아들이 나를 보더니 말을 꺼낸다."

''엄마 옷을 왜 이렇게 입었어?''

"신발은 또 이게 뭐야?"

"운동화 끈을 속으로 넣든지 하지 요즘 누가 이렇게 신어?"

"양말은 왜 이걸 신었어? 발목 양말을 신어야지"

"그리고 가방도 좀 다른 거 갖고 다니지"

줄줄이 소근대며 말을 하는데

잠시 난 자신을 위아래로 훑으며 대답 할 거리를 찾고 있었다.

이어지는 아들 말은

"이모는 나이키 운동화 신고 이쁘게 하고 다니던데.

엄마도 멋 좀 부리고 다니고 가방도 사고 신발도 사 신어"란다.

허겁지겁 좀 안 어울리는 차림새인 것도 같아 말을 했다.

"화요일과 금요일은 엄마랑 이모가 운동삼아 퇴근할 때 걷기로

해서 운동화를 신은 것이고, 가방은 걸을 때 불편하니까 백팩 매고 왔지.

운동화는 몇 년 전에 샀지만 멀쩡하고 이것도 메이커야, 아식스.

바지에 덮여서 어차피 끈도 보이지 않고 양말도 그렇고 괜찮은데 뭘!"

했는데도 영 불만이다.

내가 좋아하는 흰색 브이넥 칠부 티셔츠에 나팔 청바지에 흰 운동화를 신고

가방을 맨 엄마가 못 마땅하고 창피해 하는 걸 보니 사춘기가 맞나 보다.

그리고 내가 촌스러워 보였나 보다.

 

그래도 속으론 좀 서운하다. 앞으로 신경을 좀 더 써야겠다 싶었다.

우리 언니한테 이 말을 전했더니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다.

언제 이모 신발까지 보고 있었는지.

무덤덤해 보이는 놈이 세심하기도 하지 하며 우린 저녁 퇴근길에

그차림새로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3.7km 를 다 걸어왔다.

 

병원에선 초음파까지 했지만 다행히  맹장염은 아니었고

며칠 더 약을 먹은 지금은 똥폼 잡느라 여념이 없다.

오늘 아침에도 교회가면서 방에 거울 보고 현관 거울 보고

외모에 옷에 신경쓰다 갔다.

교회는 기타 배우고 싶어 이종사촌 형을 따라서 나가기 시작했다.

 

엄마 입장을 이해하라며 이런 저런 말을 해줬지만

결론은 아들 입장에서 친구들에게 엄마가 예쁜 모습으로

보여지길 바란다는 거다.

 

그러잖아도 신경 쓸 일이 많은데 이제 아들의 시선까지도

신경써야 하니 정말 긴장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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