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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우산이나 양산이나~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7. 8. 11.

 

제대로 아줌마의 힘이 발휘되는걸 보면

정말 아줌마 자리매김을 잘 하고 있나보다.

 

미시족으로 챗머리 흔들릴때까지 곱게 늙어가고

싶었는데....(그건 마음 뿐이지 현실은 고스란히 

나이를 가지고 세월을 가지고 가고 있는 걸)

 

일주일전부터 비가 많이도 내렸고,

어제는 비가 오다 말다 하더니 출근때 들고 간 우산을

퇴근길에 사무실에 놓고 오다가 다시 되돌아가서

들고 왔다.

그후로도 밤에 마알간 하늘에서 절대로 비가 내리지

않을거란 예상을 깨고 열시경엔 마구 퍼부었다.

 

예상과 추측은 그저 우리네 맘일 뿐이다.

날씨는 제맘대로 하고픈대로 내키는 대로...

 

출근길에 다소 우중충하고

혹시나, 행여나 하며 들고 간 우산을 들고

퇴근하는 길.

그동안 비와 함께 지내온 탓에 오래간만에 만난 햇살은

사람을 금방 지치게 했다.

 

얼마나 뜨거운지 차에서 내리자 마자 체면이고 뭐고 없이

급기야 우산을 펼쳐들고 말았다.ㅎ

 

파르스름한 물방울 무늬와 노르스름한 무늬가

고루고루 은은하게 있고 ,바탕은 물감을 은은하게

풀어 놓은 거 같고 언뜻보기에 양산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우산으로 인해 잠시 더위는 피했고 10 여분을 걷는 동안 내내

지나가는 행인들이 나만 쳐다보는 거 같아 신경이 쓰였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아직은 앳된 30대 초반의 두 애기 엄마가 힐끔거린다.

'으메~ 창피시러버라' 하면서도

우산을 늠름하게 들고 서있었다.

 

길을 건너 오면서 생각했다.

'아가씨때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을 하고 있구나!'

정말 나이 먹음과 아줌마가 제대로 자리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동시에 조금은 놀라웠다.

자신을 가꾸려면 머리가 벗겨지든지 말든지

굳세게 우산을 말아쥐고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건데....

하는 약간의 후회를 우산 손잡이에 같이 꼭! 잡고 왔다.

 

절대로 뒤는 돌아보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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