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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모드 '우울' -.-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7. 9. 14.

 

살다보면 어느날은 괜히 자신이 이뻐보이고

모든일에 자신감이 넘치고 싱싱한 날이 있고,

어느날은 괜스레 못난이에다가  자신이 한없이

추레하고 처지는 날이 있다.

 

야자를 끝내고 늦은 시간에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치킨집에서 오픈 기념으로 한마리에  3,900 원 하니까

사달란다.

치킨을 사들고 오면서 내 기분을 얘기했다.

 

있잖아, 엄마 오늘 회사 언니가 같이 가자고 해서

옷가게를 갔거든~ 하면서 독백처럼 중얼거렸다.

 

'화려한 샵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보며 상견례 자리에 맞는

옷을 고르는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난 자신이 정말

불쌍해 보이고 너무 초라한 기분이 들었어.

겉치레에 치우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말 덜떨어진

차림새도 아니고 나름대로 깔끔하게 편하게 입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었는데......'

 

'에이구. 울 엄마 속상했구나'

 

'매장 직원들이 언니에게 옷을 고르고 입히고 하는 동안에 물끄러미

맞장구를 치면서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를 입고 있는 자신을 커다란

거울 속에서 발견하면서 정말 여성스럽지도 않고, 약간은 피곤해

보이기도 한 내 모습이 실망스러웠다.'

 

'아니야, 엄만 그래도 날씬하고 얼굴도 이쁘고 청바지도 잘어울리고

티셔츠도 이쁜데 뭘그래!'

 

하면서 위로를 한다.

투덜투덜 딸에게 얘기하면서 오는데 엄마도 옷 사입고 그러라며

그래도 울엄마가 제일 이쁜건 사실이라며 애쓰는 모습에

딸아이에게도 내 우울이 전달된거 같아 화제를 바꿨지만

이미 늦었다.

딸아이가  잡은 손을 슬그머니 빼더니 눈을 슬쩍 닦는다.

그새 엄마가 한 말이 눈물로 맺혀버렸으니...

 

속빈 강정이 되지 말고 속부터 채우면 은은히 겉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강조하며 살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뒤죽박죽인 마음이 생기는건 또 하나의 내 모습인가 보다.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잘난척 몇권의 책속에서 헤맨다.

이런 마음을 없애고 내실을 기해야지 하면서...

이것 또한 과욕이고 잘난척하는 것같아 말았다.

 

나의 실체는 뭣인가? 나도 모르는 내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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