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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향기나는 밥.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7. 3. 21.

 

 

지난 일요일 딸래미 공부시키러  온 조카와 함께

이른 저녁을 먹게 되었다.

둘러 앉아 밥을 먹는데 처음엔 다들 아무 소리도 없이

두어 숟갈 뜨더니

예민공주 딸이 한마디 한다.

밥에서 화장품 냄새가 난다고

그러고 나니 조카와 아들 넘 까지 거든다.

향수 냄새 같기도 하고 향이 난다고.

 

나역시 먹으면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매일 하는 밥에 특별히 이상할 일도 없으니

그냥 먹으라고 했지만 내심 이상하다 여기고 있었다.

 

마침 낮에 상황버섯이 있어 물을 끓였는데 그 냄새가

진하게 나서 아마도 그럴거라고 그냥 먹자고 했다.

 

3분의 1도 채 못먹고 딸이 수저를 놓고

2분의 1도 못먹고 아들이 수저를 놓았다.

옆에서 눈치를 보듯 조카는 마지못해 한그릇을 다 먹었는데

나는  애들 남긴것 까지 다 거둬 먹었다.

 

원인도 모른체 월요일 아침에도 밥을 해먹었는데

월요일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갑자기 왜? 그랬는지 생각이 났다.

 

이를 어쩔까나~ 갑자기 원인이 떠오른 것이었다.

알고 나니 뱃속이 이상하고 모든 음식에서 냄새가  나는듯했다.

 

일요일 베란다 청소를 하면서 샘플로 얻은 봉지에 든 작은

ㅇㅇ란(정전기 발생 억제제)을 보니 조금씩 새어나가 거의

빈봉지가 되어 있었는데 그러려니 하고 따로 처리를 했다.

그것이 원인인줄 그날은 정말 몰랐었다.

 

쌀포대 옆에 이것저것 얹어놓은 곳에서  ㅇㅇ란이  흘러서

쌀포대로 스며들었던 것을!

 

어쩐지 이틀전부터 쌀을 씻는데 몇번을 헹궈도 맑지가 않았던게

생각났고 밥을 하면서도 빨래 널어둔 곳에서 나는 향이러니 했던게

떠올랐던 것이다.

 

쌀이 다되어 다행히 이틀간 바닥에 쌀로 했던 밥이 그리되었고

청소도 말끔히 해놓았기에 어제부터 식구들은 제대로 된 밥을

얻어 먹고 있다.

 

그래도 밥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공장지키는 돌쇠에게 주면

될거 같아 오늘 낮에 돌쇠에게 생선 뼈다귀에 섞어서 그득하게

주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고 서너시가 되었는데도 밥이 그냥 있었다.

돌쇠도 밥에서 나는 향이 싫었던 모양이다.

미안하게시리~ 그래서 결국 아까운 쌀만 축난 꼴이다.

 

원인파악도 못하고 둔하게 먹었던 나는 아직도 살아있음을~~

 

조카에게 그 밥 먹였다고 언니가 기가막혀 죽는 표정이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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