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토요일 퇴근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거의 다다를 무렵
아파트 입구에서 비를 만났다.
소나기는 아니었지만 제법 빗줄기가 세차지고
있었고 ,
인도에는 자잘한 화분에서부터 내 키를 훌쩍넘는
커다란 화분에 각종 분재까지 넘치도록 즐비하게
비를 맞고 있었다.
1.5톤 짜리 화물차에 정신없이 옮겨 싣는 아저씨는
비를 흠뻑 맞은채로 ......
가까이 가보니 지나가는 중년의 아저씨가 잠시 주춤거리며
커다란 벤자민의 가격을 물어보고 이리저리 살피더니
그냥 지나친다.
절반쯤 실은 후에 또 정리하기 여념이 없는데
왠지 오늘은 팔지도 못하고 그냥 장사를 접는거 같아
마음에 걸렸다.
지나쳐 오다가 다시 그곳으로 갔다.
산시베리아가 눈에 띄어 하나를 골랐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15,000 원 이란다.
덥썩 하나를 달라고 하며 예정에도 없던 화분을 하나
사게 되었다. 잠시 아저씨께 하나라도 팔아드리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샀다.
그런 나에게 아저씨는 서비스로 화분을 주시겠단다.
하얀 도자기와 옹기로 된거 중에 고르라 시길래
얼른 옹기로 된 화분을 고르고 그곳으로 옮겨 심어
낑낑거리며 안고 집으로 왔다.
오면서 괜히 잘난척 선심쓰듯 하나 팔아준게 아닌가 이런 자신이
양심에 걸렸다..
그사람이 나보다 더 여유있게 잘 사는 사람일텐데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화분을 사오게 된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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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구입한 화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산시베리아의 양옆으로 하나씩 새순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젠 제법 키가 크다.
화분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분이 얇팍한 내 지갑을 눈치채고 이렇게 이쁘고 좋은 화분에다
서비스로 두줄기를 더 심어 주신게 아니었을까?... 하고.
결국 내가 그분에게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려나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그분이 내게 베풀어 주셨다는 생각이 든다.
이쁜 산시베리아를 볼때마다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되어
더 이뻐보인다.
지금은 그날처럼 비가 내리는 한낮의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