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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열무김치..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6. 9. 18.

토요일 퇴근길에 일주일간의 피곤을

어깨에 걸치고 터벅터벅 걸었다.

내심 '내일은 푹 쉴 수 있으니까 쉬엄쉬엄 가야지..'

전날의 야근으로 솜에 물을 잔뜩 묻힌양 무거운 몸을

끌며 집으로 오는길이었다.

 

조금 큰 마트앞에는 언제나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 몇분과

아저씨 한 분이 호박, 가지 , 오이 , 파, 얼갈이, 풋고추등

여러 푸성귀들을 인도에다 풀어놓고 팔고 계신다.

 

평소 서성거릴 여가없이 허둥지둥 집으로 오는 길에

눈으로 슬쩍 훑어보고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않고 지나는 길이다.

 

그날은 나란히 펼쳐진 그곳 맞은편으로 지나는데

동떨어져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곳에 곱추할머니가 열무를

열심히 다듬어서 차곡차곡 진열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앞을 지나 두어걸음 옮기다가 되돌아섰다.

왠지 안팔리는 듯이 보였기에 아무생각 없이 돌아서서

한단에 얼마냐고 물었더니  2천원이란다.

 

정말 거저 준다해도 들고 오기 귀찮을 정도의 몸상태라

달랑 한단만 사는데 덤으로 오는게 더 많다.

'조금만 주세요' 하며 주섬주섬 담는데 검정 비닐봉지가

서너번째 재활용되는것인가 보다.

 

터무니 없이 적은 비닐에 꾸역꾸역 밀어넣으며.

요즘 야채값이 비싸던데... 그런 생각이 들고 너무 싸게 사는거

같아 미안함이 봉지 속으로 함께 들어간다.

 

옆에 한바구니 담아놓은 고추가 보이길래 얼마냐고 물었더니

또 2천원이란다. ' 그냥 천원어치 몇개만 가져갈게요'하고

말씀드리니 알아서 갖고 가라신다.

 

그래서 차마 더 담으면 안될게고 대충 바구니에 적당히 남기고

조금 집어 넣었다.

 

집으로 걸어오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언제 담궈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열무김치인데 고민이 슬슬 되었다.

옆에 사는 언니가 열무김치는 워낙에 맛있게 잘 담궈서

허구한날 얻어 먹어만 봤지  담궈본지는 정말 까마득했다.

 

집으로 오자마자 풀을 쑤고 정성스레 실로 오래간만에 김치를

담궈보았다. 열무 달랑 한 단!

토요일 저녁나절 담궈뒀다가 아침 출근전에 냉장고에 넣어두었었다.

 

오늘 저녁 꺼내서 먹어보았더니~~

오마나! 이리 맛있을 줄이야...ㅎㅎ

그 할머니가 깔끔하게 다듬어 두었던거라 더 맛있나 보다.

고추장 한숟갈 떠서 밥 쓱쓱 비벼 먹으면 더 맛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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