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결혼하면 서운하고 눈물 나고 잠도 안 오고 그런다고 들었다.
나는 딸의 결혼으로 상견례하고 근 9개월간 서운한 마음 전혀 없이 잘 지냈다.
결혼 날이 다가와도 무덤덤했다.
왠지 기분 좋기만 해서 내가 비정상인가? 이런 의심도 살짝 하면서 좀 서운한 척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마음을 속일 필요가 있을까 싶어 그저 좋으니까 좋다고 웃으며 지냈다.
사윗감이 우리 딸을 이뻐라 해주는 마음이 흡족한 데다 훤칠하고 직장에 잘 다니는 건실한
청년으로 보였으므로.
게다가 사돈댁에서도 우리 딸을 마음에 든다 해서 감사했다.
작년 12월에 상견례하고 올 9월까지 날이 많이 남아서 과연 그날이 올까 싶을 정도로
약간 지루하기도 하고 엄마로서 할 일도 딱히 없었다.
두 청춘이 만나 알아서 준비를 하니 예식날 가기만 하면 되겠다며 기다렸다.
한복 대신 드레스를 입으라고 드레스 샵까지 알아놓고 화장이며 모든 걸 하라는 대로 따랐다.
딸은 결혼식 후 이탈리아로 15일간 여행하고 돌아와서도 짐을 들고 가지 않았다.
집이 좁다며 결혼 전 지내던 방엔 화장대 위의 화장품과 서랍 속 소모품과 옷장의 옷이
고스란하다. 침대도 그대로라 이부자리와 베갯잇을 세탁해서 싹 씌워뒀다.
서울 풍납동에 신혼살림을 차렸으니 집에서 30분이면 닿는다. 가까이 살아서인지 사위가 출장 가고
늦게 오는 날이면 퇴근하고 쪼르륵 왔다 간다. 아직은 딸방에 짐이 그득해서 오늘 저녁에도 퇴근 후에
들이닥칠 것만 같다.
식사 준비하거나 빨래할 때 느낀다. 조금은 간단하고 조금은 가벼워졌음을...
어쨌거나 딸과 사위가 알콩달콩 잘 살기를 온 마음 모아 빌고 또 기도한다.
결혼식 전 언니와 언니네 며느리와 손녀와 손자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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