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오늘로서 직장생활 마지막이다.
다시 직장인이 될 날이 있으려나 모르겠다마는 그토록 원하던 퇴직인데 딱히 기쁘다고 표현할 만큼의 크기가 아니다. 그저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무덤덤하다고 할까?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서두르지 않아도 되면 그때 어떤 기분일까?
아들이 퇴직 선물이라며 지난번에 써 준 시를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보내왔다.
시 제목은 제비꽃이었는데 엄마의 눈에는 참 잘 쓴 시로 보였다. 아들이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이 이랬었나 보다.
여기 올려질지 모르겠다.(여기까지 작년 11월 30일에 쓰다 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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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 놓고 나는 밖으로 나돌았다.
정확하게 2020년 11월 30일
수십 년의 직장생활을 끝냈다.
자의 든, 타의 든 나는 이렇게 자유를 찾았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내 마음대로 시간을 활용하게 되었다.
위의 글은 아들이 엄마 퇴직을 기념하며 소월의 '진달래 꽃 초판본 크기와 같이 특판 제작된 책을 선물로 주면서 속 페이지 첫 장에 써 준 시였다. 아들은 동영상을 만들었으나 직장생활로 바쁜 나날이었고 나는 내 앞에 밀려든 쓰나미 같은 시간속을 헤집고 다니느라 쓰다 만 글을 비공개로 두고 오늘까지 드문드문 블로그를 기웃댔다.
한번 손을 놓고나니 좀처럼 쥐어지지 않는 것이 블로그였다.
소소한 일상을 올리자면 한도 끝도 없고, 돌아다닌 곳도 셀 수 없이 많지만 여유롭게 느긋하게만 외쳤다.
모처럼 아들이 선물해 준 책 속의 시를 올려본다.
제비꽃
-김준후-
고개 숙여 떨궈낸 오전과
애를 써도 서툴렀던 오후
한 떨기 후회만 남은 저녁
회한이 가득한 시간 속에
가슴에 생긴 멍은
온몸에 보랏빛 물을 들였다
회색 바위틈 기댈 줄기도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깊은 뿌리내림뿐
진한 보랏빛이 바래지길 기다리며
봉오리에 맺힌 빗방울을 흘려보낸 후에
그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연한 내음으로 만개하였다
언제나 그대에게 말한다
당신은 누구보다 아름답게 피었노라고
책장을 넘기자 맞닥뜨린 이 시를 읽으며 가슴이 저릿했다.
눈물보다 더한 시큰거림이었다. 그동안 아들에게 보인 엄마가 이랬을까?
아들 다 컸네. 하고 보니 어언 아들이 서른을 코 앞에 두고있다.
나도 많이 살았구나~
여전히 나는 하루하루를 나름 알차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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