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과 지내는 시간이 많다.
아들이 독일로 공부하러 간 작년 8월 말부터 딸이 부쩍 엄마를 챙긴다.
더러 귀찮을 때도 있지만, 마음이 스산하여 공중에 둥둥 떠 다닐 땐 땅으로 끌어당겨주는 딸이 고맙기도 하고 그런 딸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명절 전 모시고 온 시어머니가 아침 눈 뜨는 순간부터 거실 소파에 한 몸이 되어 거기서 낮잠도 주무시고 손뼉 치고 찬송가 부르고 텔레비전을 보시는 바람에 22일 오전 근무만 하고 28일 출근하기까지 꼼짝없이 식사 시중 하고 내 방에서 지내야만 했다. 딸도 마찬가지다. 연휴 동안 텔레비전을 통해 못다 본 영화도 보고 늘어지게 게으름도 피워보고 싶었지만, 괜히 바깥으로 빙빙 돌았다. 올 설도 이렇게 보냈다.
그 와중에 딸이 27일 저녁 뮤지컬 공연 티켓을 끊었다며 바깥바람 쏘이게 해 준다. 손준호의 마지막 공연 날이고 김지우가 상대역으로 나오기에 기대를 하고 갔다.
역시! 손준호의 등장에 관객들이 환호를 지르고 김지우는 깔끔한 몸짓과 청량한 음색으로 사로잡았다. 내용이 뭐 그리 중요한가, 그저 콧바람 쐴 수 있음이 좋았다. 예술의 전당 내의 이탈리안 음식점에서 우리 동네보다 맛없는 음식 두 종류를 배 이상의 가격으로 먹었다. 아니 먹다 남겼다. 낭비를 한셈이다. 역시 임대료가 비싼 지역은 가격 대비 음식 맛이 떨어진다.
빅 피쉬는 아버지의 상상력으로 아들에게 둘려 준 얘기가 주된 내용이며 영화가 나온 지는 오래다. 예술의 전당에 다녀오므로 긴 연휴의 피로를 푼 셈이다. 이럴 땐 딸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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