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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서천 기차여행(2018.06.02)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8. 6. 5.

 거래하는 새마을 금고에서 4월 말에 기차여행 신청하라는 문자가 왔다. 적은 금액으로 점심과 저녁을 제공하고 기차도 타고 구경도 하니 좋겠다 싶어 신청했다.

 해마다 한 번씩 고객을 위한 힐링 기차여행을 기획한다. 재작년 신청했을 때는 철도 파업이라 가지 못했고 작년에는 다른 일이 있어 못 가고 올해는 다녀왔다. 이런 건 난생처음이라 기대도 되고 설렜다. 뭣보다 기차 타는 재미로 가자 했는데 가고 오는 동안 기차에서 보낼 시간이 거의 8시간이지만 떠난다는 자체도 좋고 자주 탈 기회가 없는 기차라 더 좋았다.

 마석역에 7시 반에 도착하니 9호 차까지 앞에서 깃발을 들고 대기 중으로 줄을 서고 이름 확인을 하는데 사전에 1호 차라 해서 1호 차 줄로 갔다. 다른 호에는 남자들이 제법 보였는데 1호 차 줄에는 아무리 봐도 없었다. 우리 집 남자 괜히 왔다며 지금이라도 나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데 회비 5만 원을 냈으니 아깝다고 이왕 나왔으니 같이 기차 타는 재미로 가자 했다. 수많은 여자 속에 줄 서서 있자니 소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라 어색하고 민망해서 표정이 싹 굳어졌다. 그 참에 하필이면 수영장 같이 다니는 친구가 같은 1호 차인데 같이 가기로 한 짝이 못 가게 되었다며 내가 있어 다행이라고 내 앞에 섰다. 둘씩 짝 맞춰 줄 서라는데 친구는 내 앞에 혼자 서 있고 대부분 둘씩이라 엉거주춤 서 있자니 인솔자가 와서 둘씩 서야 한다는데 중간에서 어중간하게 약간의 불편을 줬다. 인솔자는 돼지 소풍 가는 날처럼 세고 또 셌다.

 친구가 뒷자리에 혼자 앉고 앞에 남편을 창가에 앉게 하고 나란히 앉았다. 오래간만에 탄 기차는 예전 새마을 호 수준의 여행 열차로 기차에 그림도 그려놨고 객실은 넓고 편안하게 되어있었다. 학생들이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 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을 들었다. 편안하고 좋아 기차 타자마자 아침을 거르고 나갔기에 간식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자고로~ 여행은 먹고 놀기 위함이니까 철저히 따르기로 하고 무조건 먹었다.

 전날 마트에서 맛 밤, 쌀과자, 양갱, 방울토마토, 견과류를 사서 준비하고 아침에 방울토마토를 씻어 담고 얼음 넣고 시원한 커피까지 타서 어느 때보다 야무지게 먹거리 준비를 했다. 뒤에 혼자 앉은 친구 옆에 가라며 남편은 자면서 가겠단다. 먹거리를 주거니 받거니 대충 먹다가 서울을 벗어나자 뒷자리로 가 친구와 수다 떨다 다시 5호 차 카페로 갔다. 거기서 커피 마시고 있으려니 남편이 신경 쓰였고 친구는 좀체 꺼낸 말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결국 친구 말을 자르고 1호 차까지 부리나케 와서 남편 옆에 앉았다. 이후로도 한번은 친구 옆에 가서 앉아 있었으니 본의 아니게 바쁘게 움직인 날이다.

 서천 장항역에 도착하여 관광버스로 갈아타고 근처 식당으로 가 돼지갈비에 밥을 먹고 이어 생태박물관으로 갔다. 기후 조건에 맞춰 여러 관으로 나뉘어 설치되어 있어 제법 볼거리가 많았고 축구장 45개 정도 크기로 조성되어 있어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땡볕이 아니라면 근처 거닐며 시간 보내도 좋은 곳으로 보였다. 강한 인상으로 남은 식물의 뿌리가 늘어진 관은 들어서는 입구부터 신기했다. 땅속에 뿌리내린 식물만 보다가 길게 몇 미터씩 내려진 뿌리를 보니 신비롭고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열대 냉대 지중해 골고루 구경하고 다시 장항 스카이워크로 갔다. 280m나 되는 스카이 워크는 우리 팀 3백여 명의 반은 생태공원으로 먼저 가게하고 반은 스카이 워크로 나눴지만, 토요일이라 많이 붐볐다.

 해송 가득한 그곳은 참 좋았다. 탁 트인 바다가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잘 조성된 소나무와 소나무 아래 초록 식물과 작은 꽃들이 가득 차 있어 거닐기 좋고 앉아 쉬고 싶은 최고의 공간이었다. 한 시간 이상 머물다 서천 특화시장으로 가서 구경하고 모싯잎 떡도 맛보고 다시 장항역으로 갔다.

 다니며 즐기는 내내 친구는 배터리 충전을 잘 못 하여 방전된 상태라 사진을 내 휴대전화로 찍어야 했는데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경치며 풍경 인물 할 것 없이 둘이 붙어 다니며 찍다 보니 남편이 보이질 않아 찾아다니기까지 했다. 괜찮다며 둘이 다니라고 혼자 은근히 빠져주기도 해 고맙고 미안했다. 기차를 타자 도시락을 나눠 주었고 저녁을 기차에서 먹으며 돌아오는데 종일 노는 것도 힘들었는지 피로가 겹쳤다. 마석역에 도착하니 밤 10시 40분이 되었고 친구는 차가 없어 택시를 타고 가고 우리는 걸어서 집으로 왔다. 슬그머니 따라가 줘서 고맙고 친구 때문에 같이 못 다녀서 미안하다고 하니 괜찮다고 미안할 것은 없다는데 앞으로 절대 그런 여행은 가지 않겠단다. 다 여자들이고 나이 든 사람들이 많더라며 수백 명이 어울려 간 기차여행이 남편의 뇌리엔 '지루함'으로 각인된 듯싶다. 내년에는 친구들과 같이 다녀오라는 말을 남겨줘서 그마저 고맙다.



위에 두 장은 인솔자가 찍어서 메일로 보내온 사진












식충식물













친구가 예쁘게 나와서 올림



수영장 동생들~ 8호 차라 따로 다녀서 돌아오는 길 장항역에서 한 컷!

돌아오는 길 기차 안에서 보이는 라디오 신청곡 사연 받는 프로그램.

새마을 금고 덕분에 기차여행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