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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춘천(소양강댐, 청평사)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8. 4. 24.

 지난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짧지만 강도 높게 다녀온 일본 여행이었기에 일주일 근무하면서 내내 찌뿌드드하고 개운하질 않았다. 이번 주 휴일은 푹~ 쉬어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덩치 큰 남자가 봄바람이 부는 걸 느꼈는지 수안보로 갈까, 속초로 갈까? 궁리하며 수련원 빈방이 있나 알아보란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수련원은 일찌감치 계약 완료가 되어 누군가 취소하면 바로 잡아야 하는데 지난주는 수시로 들락거려도 빈방이 나질 않았다.

 방이 나오지 않으면 친구가 숙박업을 하는 강화도로 갈까? 하더니 다시 차가 많이 밀린다는 정보를 듣고는 춘천으로 갈까? 라며 아무 데고 나서고 싶어 했다. 나들이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알고 있으니 피곤타 나중에 가자 말도 못 하고 좋다고 했다. 토요일 동창회 모임이 있긴 한데 거기보다 당신과 가는 게 훨씬 좋다며 미안한 마음 들지 않도록 강조하고 커피를 타고 과일도 챙기고 쑥떡도 챙겨 나섰다. 동창회 모임은 선후배가 함께하는데 옆에 사는 언니는 내가 함께 가지 못하니 걱정이 반이다. 외롭고 허전하고 회비 걷는 것이며 계산은 또 어떻게 하냐고 걱정이었다. 마음에 걸렸지만,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시동을 거니 일주일간 세워 둔 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편인 데다 지난주는 주중에 마트도 가지 않았다. 차를 바꾼 지 5년째인데 배터리 교환할 시기가 되기도 했다. 급히 보험사에 연락하고 배터리 충전을 하니 8시 반이 훌쩍 넘었다.

 자칫 마음이 무거워질 수도 있었지만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다 있는데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싶은 마음으로 경춘 국도로 가자 했다. 그동안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속초 여행을 다니느라 가까운 춘천은 국도로 가보자며 나섰는데 가는 동안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때는 주말마다 차가 밀리고 길 양옆의 식당과 주유소며 즐비한 가게들이 호황을 누렸는데 지금은 한가하게 서 있고 조금씩 낡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만큼 퇴색되었다. 새로 세워진 건물도 보이지 않고 단장한 가게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젠 쇠락의 길로 들어선 듯한 풍경이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다든가? 산천은 푸르름이 더해가고 꽃은 조금씩 피고 있었다. 조용하게 북한강 줄기 따라 춘천으로 가며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한가로움이 좋았다.

 내비게이션에 춘천 스카이워크를 찍고 갔더니 주차장까지 쉽게 도착했다. 주변 구경을 하고 이른 점심으로 닭갈비를 먹었다. 막국수를 맛보고 싶어 한 그릇 주문하여 먹었는데 역시 막국수는 냉면도 아니고 국수도 아닌 중간 단계 같고 차가워 식성에 잘 맞지 않았다. 막국수 주문한 게 후회되었지만, 남기기는 아까워서 또 먹었더니 배가 불룩해졌다. 걸어야겠다며 소양강 댐으로 갔다.

 소양강 댐 배 타는 곳까지 중간중간 주차장이 잘 되어있어 주차한 후 배를 타고 청평사 입구까지 갔다. 그곳에서 청평사까지 오르는 길은 완만하고 봄꽃과 나무들이 가득하여 눈이 즐거웠으며 흙길이라 걷기도 좋았다. 쉬엄쉬엄 올랐으나 이상기온으로 한여름 더위라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다. 4km가 조금 못 된다는데 한 시간 이상을 걸어 올랐다.

 청평사엔 벚꽃이 이제야 활짝 피어 있어 즐거움을 더해 주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진 찍어주겠다며 선심을 써줘서 감사했다. 산에 오르면 모두가 착해진다 하였던가? 지나치는 모두가 착해 보였다. 그렇게 걸으며 구경하고 내려왔는데도 과식한 탓에 맛있는 음식점이 줄을 서 있어도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차에다 커피를 두고 갔기에 입구에서 차가운 커피만 한 잔 사서 마셨다. 다시 배를 타고 건너와 돌아온 길 그대로 되짚어 집으로 왔다.

 하루였지만 춘천은 5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 휭~하니 잘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