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의 피로를 풀기 위해 현지 가이드께서 수요일은 느긋하게 시작한다셨다.
10시에 맹그로브 가득한 곳으로 가 배를 타고 낭만에 취하는 날이었는데 우리나라와 시차가 2시간 늦은 곳이라 말하자면 우리나라 시계로 12시에 일정을 시작했다.
더운 나라지만 다행히 그리 덥지도 않았고 우기라는데 여행 기간 내내 비도 내리지 않아 감사했다. 맹그로브 나무 가득한 이곳은 황토물이 가득하고 수상가옥과 학교도 있고 교회도 있었다. 베네치아와는 또 다른 풍경이라 좋았다.
여행 동안 함께 다닌 소설을 쓴 은미씨와는 각별한 사이가 됐다. 딸처럼 손잡고 다니니 남들이 모녀간인 줄 알았단다. 여행 전 예비 소집일에 KBS에서 만나 함께 공연 연습을 하며 하루를 함께 지냈고 시상식에서도 만난데다 여행가는 날 만나니 편안하고 좋았다. 조용하면서도 잘 따라주며 챙겨 주기까지 하고 때론 딸처럼 보살펴주어 든든하고 편해 버스를 타도 함께 앉는 날이 많았다. 뭣보다 이상한 건 은미씨를 보는 순간부터 익숙하며 사랑스러웠고 마음이 갔다.
여행은 중소기업은행이 지원하였기에 직원 1명과 근로복지공단 직원 1명, 심사위원 대표 겸 공연 담당이신 작곡가 심수천 선생님과 KBS 팀장님과 피디, 수상자 23명 전체 인솔자 1명, 현지가이드 1명, 모두 30명이었다.
그중 심수천 작곡가님은 전국노래자랑 심사도 하셨고 근로자가요제 심사위원이셨는데 우리 동네로 이사 오신 지 6개월이 되셨단다.
공항 가는 버스를 타러 나가 마주치면서 함께 앉아 좋은 말씀도 해주셨고 연세보다 훨씬 젊어 보이시는 데다 전체적으로 깨인 분이셨다. 심 선생님 덕분에 여행하는 동안 사진도 많이 찍혔고 항상 현숙이 일로 와! 하셔서 은근한 질투를 유발하셨는데 식당에서도 버스에서도 대놓고 찾아서 옆에 앉으라시며 좌측에 나를 앉게 하시고 우측에 은미를 앉게 하시니 좌청룡 우백호라는 둥~ 그만 챙기시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다. "현숙이는 우리 동네 주민이야!" 한마디로 웃으시며 어디를 가나 "일루와"를 외치신 심 선생님께 감사하다.
살짝 미운털이 박혀 아마 조금 더 오래 살지도 모르겠다.
심 선생님 말씀이 가만있으면 말 붙이기 어려운 스타일이라며 말해보니 사람 같다고 하셨다. "저 사람 맞습니다" 하고는 깔깔 웃어대고 3일이 지나니 기업은행 직원께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서 "누부야!"를 외쳤다. 거창이 고향인데 누부야 까칠해 보이는데 가만 보니 인상하고 달리 말하면 딱 깨더라며 배려심도 최고란다. 여행 4일째 밤엔 연극으로 상을 받은 서른 초반의 성희 씨가 다가와서는 "언니 귀여워요!" 를 연발하며 예의상 곱다는 말까지 추가를 하니 중년의 아줌마는 깨달은 바가 많았다. 나는 역시 어디를 가서 누굴 만나더라도 일단은 먼저 떠들어대며 나에 대한 선입견을 품지 않도록 실실 웃어야 한다는 거다. 나보다 위의 언니들은 막내티가 줄줄 난다며 막내냐고 묻기도 했다. 그래도 까칠은 더덕더덕하니 앞으로 더 속없이 실실 웃어야겠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거짓말이 때론 행복을 주기도 한다.
역시 여행하는 동안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아름답고 좋게 보게 되나 보다. 나 역시 모두가 좋은 사람으로 보였으며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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