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내 생일날부터 한동안 심신이 아파 온전치 못했던 내게 넷째 언니가 여행이라도 다녀오자며 제안해
왔다. 그러마 답은 했지만 미적지근한 성격이 나와 속 시원히 언제 가자고 하진 못하고 날만 보냈는데
언니 딸과 우리 딸은 서로 조율하여 날을 잡고 부산행 기차표를 끊었다고 내게 말했다.
이도 저도 다 귀찮다는 우리 엄마처럼 나 역시 이도 저도 다 싫었고 의욕이 없었으나 날이 다가오니 기대가
되고 몸도 많이 회복되어 좋았다.
딸과 둘이 멀리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기분 좋게 출발했는데 새벽 6시 조금 넘은 시각 전철역에서
연세 지긋한 어르신은 우리 둘을 빤히 보시다가 기어이 다가와선 둘이 똑같다 붕어빵이다시며
전철을 타는데도 피해서 타려 했지만, 우리 주변을 맴돌다 옆에 서서는 묻지도 않은 본인의 이야기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바람에 조금 귀찮아서 나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워낙 세상이 무섭기도 해서 딸에게 눈치를 줘도 딸은 대답도 잘하고 어르신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웃는 얼굴로 대답하고 서 있었다. 우리가 먼저 내리며 인사를 하니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한
그 어르신은 곧 따라내리고 싶을 정도의 서운한 표정이셨다.
내리자마자 딸에게 뭘 그리 대답도 열심이고 적당히 하지 그러냐고 하니 얼마나 외로우시면 저러시겠냐며
그냥 말씀 들어주면 좋지 뭘 그러냐고 한다. 내 생각엔 여호와의 증인 뭐 이런 경우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니
그러면 전도용지를 줬을 거라며 엄마 너무 그러지 말라고 되려 나무란다. 딸의 순수한 마음을 역이용하는
어른들도 존재하기에 동반자가 없을 때는 절대 길게 얘기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나중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새벽부터 연설하는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귀찮고 시끄러운 게 싫었다.
이 어르신을 시작으로 우린 똑 닮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더 들었고 어리둥절 둘을 번갈아 보시는 분들도 몇 분
봤는데 그럴 때마다 둘은 호호 웃으며 서로 눈으로 사인을 보냈다.
사진보다 실제로 같이 다니면 닮았다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딸이 더 예쁘다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부산의 어느 상점에서도 그런 말을 들으며 모녀간의 여행은 이런 말을 들으며 다니는구나 싶었고
느긋하고 여유롭게 돌아 다녔다. 부산의 유명한 관광지나 명소에 들린 곳은 별로 없고 그저 웃고 떠들며 넷이
이야기하고 먹방을 찍다 온 것과 다름없는 여행이었다. 돌아다니며 웃고 떠들며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조카의
디카에서 전달한 사진은 용량이 커서 다운되지 않아 용두산 공원에서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다.
도시관광 버스를 타고 동백섬으로 갔다가 점심을 먹고 해동 용궁사를 구경하고는 자갈치 시장 쪽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짐을 풀고 국제 시장과 깡통 시장을 돌다 저녁을 먹고 용두산 공원의 야경을 보며 길거리 음식도 사 먹고 발마사지까지 받았다.
깡통 시장의 야시장도 볼 만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어 일찍 쉬고 싶었지만, 조카와 딸이 있으니 맞춰줄 수밖에......
다음날 부산역에서 2시 45분 기차인데 딸과 조카가 늦잠을 자서 언니와 나는 가볍게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을 먹고
애들이 늑장 준비한 끝에 다시 깡통 시장으로 가 점심을 먹으며 구경을 하고 부산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25년 전에 넷째 언니와 옆에 살았기에 우리 딸을 언니가 많이 업어줬다. 그래서인지 아무런 부담 없이 편하게 웃고 떠들며
각자 알아서 밥을 사고 간식을 돌아가며 사게 되어 더 좋았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리라 믿으며 기차표 예매부터 모든 여행시간표를 맡아서 짜느라 수고한 우리 조카 하나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하나야 수고 많았고 고마웠어! 내년에는 더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도하자"
부처님 앞에 두 손 모으는 너와 언니를 보니 기쁜 소식 있을 거란 확신이 생기더라.
별것 아닌 일로 깔깔거리며 웃어 본지가 언제였던가 싶었는데 이번엔 정말 많이 웃었다.
딸이 우리 언니 앞에서 어찌나 재롱을 부리며 웃겼는지 언니 역시 많이 웃어서 좋았다!
부산 가는 기차를 타고 인증사진을 주고 받았다.
우린 서울역에서 8시 출발, 언니네는 오송에서 8시 20분 출발.
부산역 앞에서 시티투어 버스표를 팔에 걸고
동백섬에서
해동 용궁사를 돌아보는 중
딸은 씨앗 호떡이 가장 맛있었단다.
청년사업가들이 하는 상가 609에서 붙여주며 홍보하기에
미안해서 마스크팩을 샀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침시간 딸과 조카는 늦잠을 자고 여유를 부린다.
자갈치 시장과 깡통 시장 구경하고 부산역으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마주하고
용산역 도착하니 저녁 6시다. 7시 반 itx를 기다리며 얼큰한 부대찌개로
저녁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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