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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다.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6. 8. 22.

 

 요일 저녁 아들딸은 각자 바쁘다.

 남자는 업무상 야근을 해야 하는 날이라 보니 흔히들 말하는 '불금'이기도 하고

혼자 청승맞게 저녁 먹고 앉아서 집 지키기보다 얼마 전에 생일이었던 친구를 만나

저녁을 같이 먹고 와야겠다 싶었다.

 

 카톡으로 말했다. "오늘 약속 있어?"라고. 약속이 있더라도 내가 만나자면 내게로 오겠다는

은근 기분 좋게 만드는 답장이 왔다.

 그러면 우리 중간지점에서 만나자며 약속을 잡고 7시에 금곡에서 만났다.

 구리에서 금곡으로 오는 친구와 마석에서 금곡으로 나가는 나, 나는 5시 퇴근하여 집에서 잠시

빨래도 개고 다림질 두 개까지 해놓고 가볍게 나섰다.

 

 가면서 생각하니 7월 말경에 생일이었던 친구이지만 서로 생일엔 선물을 않고 식사만 하는 편이라

여태 생일선물 같은 건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럼 이번에는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줘야지 하고 여유롭게 먼저 도착한 나는 근처 속옷가게에 가서

제법 비싼 속옷을 사고 예쁘게 포장을 했다. 선물을 사서 가방에 넣은 나는 괜히 기분이 더 좋아져

친구를 기다렸다.

 버스 내리는 곳을 잘못 내린 친구를 찾아 맞은편에서 각자 한 정거장씩을 걸어 중간지점에서 만나 미리 봐

었던 식당으로 들어갔다. 친구는 그 이사를 했으며 마음의 여유도 조금 생겼는지 살도 좀 올라있었다.

 맛있게 식사를 하고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웃었다.

 

 15년 직장에서 처음 만났을 땐 나보다 한 살 많은 친구와 나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았고 경력도 달랐기에 서먹하고 거리감을 느꼈다. 나는 경리업무를 봤고 친구는 현장 재봉틀기술자였는데 그때만 해도 기술자가 월급이 더 많고 목소리가 컸다. 지금도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는 3년 정도 근무하고 같은 재봉틀기술자 언니와 마음이 맞지 않아 회사를 옮겼고 이후로 우린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 친구가 되었다. 살가운 성격의 친구는 말을 참 곱게 하는 편이고 애교도 만점이다.

 

 그러다 3년 전에 남편을 먼저 멀리 보내고 결혼하면서부터 함께 살았던 시어머니와는 아직도 함께 살고 있다.

구순을 바라보시는 친구 시어머님은 7월에 이사한 집에서 작은 방을 줬다고 며칠을 삐쳐서 며느리 속을 긁으셨고 참지 못한 친구는 어느 날 소리를 내 엉엉 대성통곡을 하며 그동안 쌓였던 울음을 토해냈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동안엔 나도 눈물이 난다. 만날 때마다 친구는 보고 싶은 남편 이야기와 더러는 외로움을 더러는 남편 없이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서러움을 토해내고 우린 마주 앉아 눈시울을 붉혔다.

 

 매번 밥은 내가 사고 커피는 친구가 사는데 둘 다 사려고 하면 하도 극성스레 말려서 커피만 사라고 포기하는데 대신 카페에 들어서면 될 수 있으면 싼 음료를 주문한다. 그날도 생과일주스를 마시라는 친구의 권유에 굴하지 않고 요거트를 주문했다. 그 정도 살 능력은 충분하지만, 돈을 쓰게 하고 싶지 않다.

 

 카페에서 헤어질 즈음에 선물을 꺼내 주었다. 잘 입으라고 슬쩍 건넸더니 펼쳐보고는 맘에 쏙 든단다.

그러고 보니 내달 초에 내 생일인데 선물을 살까 봐 신경이 쓰여 못을 박았다. 절대로 내 생일에 뭘 해줘야지 이런 생각말라며 만약에 뭘 사야  한다는 부담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으면 앞으로 안 만날 거니까 그리 알라고 했다. 생글생글 웃으며 하는 말이 알았다고 그런데 기분이 아주 좋다며 크게 기뻐했다. 작은 선물로 친구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는 기쁨은 내게 더 큰 행복이었다.

 

 친구의 얼굴엔 그늘이 없다. 항상 밝게 웃는 모습을 보면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나도 친구처럼 백만 불짜리 미소를 가지고 싶고, 항상 그런 맘이지만 친구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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