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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따끈따끈 면허증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8. 19.

20년 전에 전업주부에서 미시족들의 취업이 점차 늘어감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운전면허증 따기 붐이 일었다고 감히 장담한다.

그때 면허를 따겠다고 도전한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나아간다는

자긍심과 함께 온 동네 여성들이 너 나도 하며 하나둘 운전학원에

등록을 하였고 나 역시 아이들을 둘 달고 다니면서 열심히 배우고 익히며

면허시험에 도전했었다.

 

그리하여!

당당하게 필기에 합격하고 코스도 가볍게 합격하였으나 주행에서

발발 떨다가 경사에서 시동을 꺼뜨리고 천천히 돌아오니 불합격이었다.

다시 도전한 주행시험에선 경사도 잘 통과하였고 신호도 잘 지켰으나

너무 천천히 가는 바람에 시간 초과로 떨어졌다.

 

다시 세 번째 주행시험 날.

남사스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애들 유치원 보낸 후에

청주로 가서 시험 보고 합격을 해서 그야말로 남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닐 것 같은 운전면허를 우여곡절, 천신만고 끝에 취득하였다.

(그때는 스틱으로 오토매틱이라는 개념도 없었을 뿐더러

 모두가 기어를 바꾸고 클러치를 밟고 이러면서 배웠다 기억한다)

 

면허증을 받기도 전에 남편이 사 준 티코 빨간색으로 연수한답시고

우회전 커브를 돌다 세워 둔 세피아 운전석을 슬그머니 갖다 문지르고는

거금 34만 원을 생전 쓰지도 않았던 황금색 비씨카드로

세피아 운적석 옆문을 새 문으로 바꿔 달아줬다.

그날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집으로 온 후,  운전석 근처엔 절대로 갈 

엄두를 못 냈고 이후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면허증은 서랍 속 안 쓰는 지갑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면허는 장롱이 아니라 서랍면허!

 

재작년에 슬슬 운전연습이나 해야지! 라며 시골에 가서 운동장 두어 바퀴 도는데

시속 20km였지만, 얼마나 빠르게 느껴지는지 기겁을 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너무 답답해 하며 일단 심장부터 튼튼히 키우란 말을 듣고 포기했다.

 

다시 작년 겨울.

 출근길에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면 여성운전자들이 더 많아

연수받고 나도 운전해야지~! 라며 작은 차를 사달라고 졸랐는데

애들은 이왕이면 조금 큰 차를 사라며 자기들이 끌고 다닐 요량으로 응원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얼마간 달떠있던 무렵, 하얗게 눈이 내렸고,

 길에는 얼음이 얼기 시작했으며, 다시 싸락눈이 덮였고, 다시 얼었고,  

길이 반질반질 빛나는 겨울 속이었다.

아침마다 아파트 마당에선 끼이익~ 끼익~ 말 울음 소리가 울렸다.

앞으로 쿵! 뒤로 쿵! 시동이 걸리지 않아 SOS차량이 오고 야단법석을 보게 되었다.

슬그머니 올라오던 운전에 대한 욕구가 눈 속에 갇힌 가을 먼지처럼 숨어버렸다.

 

호적상의 기록으로 3월에 날아든 우편에는 면허증 갱신기간이란다.

호호 웃음이 나왔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운전하는 그날을 위해

일단은 휴가 중에 가서 면허증을 갱신하고 왔다.

이젠 지갑 속 면허증이 되었지만, 언제고 서랍으로 갈 확률이 높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여성 운전자들을 보면 일단 존경스럽다!

오토매틱으로 운전하면 아주 쉬울 것 같지만,  조수석에 앉아서도 앞에 사물이

나타나면 꺅~~! 소리부터 나오는 나로서는 간부터 키우고 심장을

살찌운 후라야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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