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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여름날 정 나누기!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8. 12.

여름엔 공장 텃밭에 상추가 많이 심어진 바람에

앞집, 아래층, 상가 세탁소며 단골 미용실에까지

인심을 썼다. 

 

그래도 넘치게 많아 따서 말렸다.

 

 

햇볕에 바싹 말린 후에 봉지에 넣고 주물주물하니

바사삭 부서진다. 가루를 만들고자 많이 주물거렸다.

 

 

이렇게 가루를 병에다 넣어 욕실에다 두었다.

치약을 묻힌 위에다 상추가루를 살짝 묻혀 양치하면  치아가 하얘진다기에

이렇게 사용한다. 기분인지 정말 하얘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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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를 처음 따기 시작할 때는 풋풋한 싱그러움을 싸서 먹으니

은근 행복했다.

그래서 앞집 40대 초반의 이사 온 집에 가져다주었고

일주일쯤 지나 마주쳤을 때 혹시 상추 필요하면 주겠다 하니

지난번 것도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아무래도 눈치 봐가면서 줘야 한다.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이후 앞집 문고리에는 상추봉지를 걸지 않았다.

 

아래층에는 오가며 일주일에 한 두번씩 걸어 두었고

마주치는 날에는 갖다놔도 되는지 물어보기도 했는데 좋아했다.

 주말에는 고기 구워서 상추 겉절이와 함께 잘 먹었다기에 더불어 좋았다.

 

상추가 넘쳐나 아파트 상가 세탁소에 들러 나눠줬더니만 아주 좋아해서

 열흘에 한 번씩 갖다주며 덩달아 즐거웠다.

 

단골 미용실은 머리 자르러 가는 날 퇴근길에 상추를 따갔다.

상추 필요하냐고 물어보고 줄 참이었는데 생각외로 상추를 보자마자 반색하며 좋다고 해서

인심 쓰고는 그 후로도  저녁산책길에 몇 번을 더 따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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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서 귀찮아 할 수도 있으니 나눠 먹는 것도 조심을 해야 한다.

아래층에는 요즘 동글동글한 호박을 따다 걸어 놓기도 하고

꽈리고추도 따다 걸어 두었더니 며칠 전에는 아파트 앞 벤치에서 만나자는

문자가 와서 나갔다.

집에서 입는 편안한 원피스 두 개와 볼레로까지 선물로 주셨다.

옷과 관련된 일을 하는 아래층은 작년부터 걸어 두는 푸성귀가 감사했단다.

많은 것들은 당연히 나눠 먹으면 좋은 것이고 적은 것들도

나누면 좋은 것이다.

 

친정 다녀온 후 짐도 다 풀기 전에 가져온 복숭아를 봉지 가득 담아

아래층으로 갔다. 작은 나눔이지만 주는 행복이 받는 행복보다 훨씬 크다!

 

 

아래층에서 준 원피스 입고 딸내미 마중 가는 길.

거의 반바지 입고 티셔츠 입고 털래털래 다니는데

원피스 입고 여성스럽게 사뿐사뿐~ 걸어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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