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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조카가 보내 준 천도복숭아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5. 7. 31.

 

 

내 나이 13살 때 큰오빠의 아들인 조카가 태어났다.

나와 띠동갑인 조카가 태어남과 동시에 막내딸이던 나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브레이크도 없이 달리고 있었다.

그리하여 중학생이 된 나는 점점 짜증과 불만이 쌓여감과 동시에

그에 버금가는 미움으로 조카를 툭, 툭 건드리고

되도록 내 아버지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를 바랐다.

 

조카가 구멍 뚫린 내의를 입고 문지방에 올라서서

한길을 향해 쉬~~ 하는 모습에도 허허 웃으시던 아버지에게

그게 뭐가 좋으냐고 부끄럽지도 않으냐며 목청껏

원망하기도 했었다.

 

그때 태어난 조카에게 특별한 정을 들이기도 싫었고 그저

내 사랑을 뺏은 나쁜 조카로 뇌 새김 하며

다른 언니 오빠들처럼 살갑게 대하지도 않았다.

 

그랬던 조카가 7년 전 즈음에 교통사고를 당해 차를 폐차시킬 정도로 심하게

다쳐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면서 막내 고모를 애타게 부른다는

전갈을 받고 허겁지겁 기차를 타고 영천으로 갔었는데

그때야 알게 되었다.

속 좁은 고모는 조카에게 무덤덤하게 대했지만 그 조카는 막내 고모를

누나처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랬던 조카가 그저께 전화가 왔다.

고향마을에 들렀는데 다섯 명이나 되는 고모와 작은 아버지네로 복숭아를

사서 보낸다는 거였다.

 

보현산 자락에서 별빛을 먹고 자란 천도복숭아!

자그마치 여섯 상자를 사 보내야 하는 조카에게 또 한 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 퇴근길에 받은 복숭아는 밭에서 따서 바로 보낸 것이라 싱싱하고

강한 햇살을 받고 자랐기에 붉디붉고, 다디달았다.

 

별빛 품은 복숭아향에 취하다 얼른 잊어버린 것이 있는 듯 끼어드는

기억은 조카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아가 때 좀 예뻐해 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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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블로그 친구님들!

저는 내일부터 다음 주 수요일까지 휴가랍니다.

예정은 친정 가서 엄마 뵙고 오는 길에 대전 어느 병원에 입원한

넷째 언니 병문안 갔다 올 생각입니다.

다음 주 뵐 때까지 건강하시고

휴가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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