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말이 자꾸만 신경 쓰일 때가 있다.
예전에 들었던 말이 봄이 되면 최고로 신경 쓰이는데
봄에 처음 보는 흰 나비는 상을 당할 거라는 말.
그 말은 잊히지도 않고 봄에 흰나비를 보면 떠오른다.
몇 년을 거듭 흰 나비를 보았지만, 무사히 잘 지내시는 우리 엄마!
그래도 흰 나비를 보면 엄마를 떠올리게 되고
연세가 많으셔서 가실 날이 그다지 멀지 않으셨음을 알면서도
영~ 찜찜하고 엄마의 살아계심과 안 계실 때의 상실감을 떠올리게 된다.
출근길 현관 옆 화단에서 마주친 흰 나비는 나풀거리며
꽃으로 가는 게 아니라 내 출근길 앞잡이가 되어 길잡이 노릇을 한다.
우리 동 끝까지 가서 우측으로 돌아 나가는데 거기까지 길잡이 노릇을 하며
한참을 앞서기에 휴대폰에 사진을 찍으려니 사진에 잡히지는 않고 전진 또 전진이다.
그래서 전문가이신 님프 언니에게 달라고 떼를 써서 얻어 온 사진이다.
어쩌면 내가 본 그 나비와 똑같은지 깜짝 놀랐다.
점심을 먹고는 엄마한테 전화하니 오늘은 엄마 목소리가
힘이 하나도 없어서 또 겁이 덜컥 난다.
전화할 때마다 똑같은 대화 토시 하나 바뀌지 않는다.
어디냐고 물으시고 애들 물으시고 아들 군에 갔고 제대할 때가 되어 간다고 전하면
생전 처음 들은 듯이 벌써 그렇게 컸느냐고 참말로 내가 오래 살았다고 하신다.
그래서 "내일 또 전화할게.엄마 사랑해~!" 그러면 하하 웃으시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너는 어디고?" 부터 아들 군대 이야기며 "내가 오래 살았다!"까지
돌고 돌고 몇 번을 하고 끊는다.
엊그제는 같은 말을 세 번 돌림 노래하듯이 돌고 돌고 하다가
우리 엄마는 도대체 몇 번을 반복하면 기억하실까 하는 마음이 생겨 네 번째
돌아왔을 때는 웃음이 나서 깔깔거리고 웃으니까 엄마도 따라 웃으셨다.
그때 웃으면서 전화를 끊고는 조금 전에 전화를 하니 또 같은 말씀을 하신다.
거기서 거기인 통화지만 나는 가끔 엄마에게 전화를 드리는데
요즘은 부쩍 마지막에 하시는 말씀이 "언제 또 오나?"이 말이다.
아들 면회는 자주 가면서도 엄마한테 자주 안 가는 자신이 불효막심하단 생각에
무턱대고 "여름휴가 때 갈게요 엄마!"라고 말 해버렸다.
어쩌면 휴가 때까지 막내딸 얼굴 보려고 기력을 모아서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른다.
가끔은 희망의 말이나 가슴 아픈 일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계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