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글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약간의 이유가 있다면
친구 얘기를 하고자 함도 없지 않다.
우린 가끔 잊지않을 정도로 연락을 하고 몇개월에 한번 정도 얼굴을 보기도 하는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서로가 직장생활에 주부 역할에 바쁘다는 이유로
그렇게 연락을 이어오고 있었다.
뜬금없이 생각이 나면 문자보내다가 전화를 하다가 이러는데
구월말즈음에는 연락해봐야지, 잘 지내겠지? 하면서 명절준비와 멀리서 오신
시어머니와 추석을 보내고 시월 초 어머니를 동서울 터미널에서 차태워 보내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 예까지 왔으니 친구를 만나고 가야지' 하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통화중에 긴한숨과 남편에 대한 말이 나왔다.
2년전 척추종양으로 수술을 했는데 명절 하루전날 한가득 장을 봐다 놓고 준비하려는 중에
남편이 쓰러져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갔고 중환자실에 있어 심란하다는 말을 했다.
그 길로 친구네 직장까지 찾아가서는 커피를 마시고
11시 중환자실 면회가는 친구를 따라 친구 남편 면회를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눈물만 한줄기 흘리는 친구 남편은 산소호흡기와
뇌에서 물을 빼내야 한다며 꽂아놓은 줄과 급하게 했다는 뇌수술자국위의 커다란 붕대...
그리고 밀어버린 머리, 아기처럼 누워서 얼음 주머니를 가슴에 안고 다리에 끼우고.
아! 절망 앞이었다.
그런 친구 남편의 귀에다 대고 "강석이 아빠, 힘내세요!" 하고는 돌아서 나왔다.
그 친구는 자그마한 손과 몸집으로 남편을 쓰다듬으며 얼마후면 아니 몇일 후면
멀리 떠날거라는 걸 아는지라 포기와 체념의 얼굴로 촛점없는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그후로 길어야 2주라던 친구 남편은 3주간의 투병끝에 멀리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얼마전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 조차도 마음쓰일까봐 신경이 쓰이고 매일 울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니 가슴이 싸아하다.
그래도 "친구야! 아무때고 시간나면 연락해. 맛있는거 먹자."이렇게 무덤덤히 문자를 보냈더니만
알았다고 답이 왔다.
어제는 전화를 했더니만 폴폴 나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어쩐지 마음이 놓여서 안부끝에 잘 지내야고 하니까 아직 실감이 잘 나지도 않고
병원에 있는것만 같단다.
작은 체구에 열심히 일하고 늘 바삐 살아왔던 친구인지라 앞으로는 더이상 불행한 일 없이
웃음으로 채워지는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내가 조금이라도 아프다면 걱정해주고 내게 많이 힘이 되어준 그 친구에게
행복한 날이 빨리 왔으면 싶고 힘내서 앞으로도 열심히 살아주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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