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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 영화, 공연)

고혜정의 '친정엄마'를 읽고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0. 6. 16.

세월 정말 빠르다.

나이드신 분들의 말씀대로 되돌아 보면 너무나 짧은 순간이라더니

정말 순간이다.

바삐 하루를 보내고 또 하루를 맞이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흔 중반에 서 있다.

아쉬움보다 서글픔보다 이만큼의 나이에 어울리게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모든걸 받아들이며 살고 싶다.

'친정엄마' 표지에 적힌 몇 줄의 글자로도 눈시울 붉어지는 책!

대구 친구가 책 좋아하는 나를 위해 잊지않고 연말을 맞아 보내 준 책이다.

고마움을 간직하며,엄마를 그리워하며 그리고 감사하며 이 책을 읽을 것이다.

훗날 내 딸이 읽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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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받아 둔 책을 지지난 달에 읽고는 책꽂이에 꽂아 두었다.

 내용은 굳이 말 할 필요도 없다.

 우리네 모녀간의 보통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그저 돌아보고 공감하기 충분한 글을 대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내용이다.

 

 엄마 새끼보다  내 새끼가 더 예쁘다고 말해서 미안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인물 자주 못 보여줘서 미안해.

 친정에 가서도 엄마랑 안 자고 남편이랑 자서 미안해.

 엄마한테 곱게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괜찮다는 엄마 말 100 % 믿어서 미안해.

 내가 잘나서 행복한 줄 알아서 미안해.

 힘들 때 왜 낳았냐고 원망해서 미안해.

 늘 미안한 것 투성이지만 제일제일 미안한 건

 엄마, 엄마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 정말 미안해..

 

이런 많은 글 속에서 내 가슴을 콕콕 쑤시는 무수한 것과 마주쳤다.

어느새 엄마처럼 생선머리와 눈알을 먹고 돼지 비계를 먹고 김빠진 콜라를 마시고

식어서 퍼진 국수도 잘 먹고 닭의 목살을 먹고 배추김치의 퍼런 잎을 먹고 있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맛있다고 하던 엄마.

내가 새끼 낳아서 키워보니 나도 엄마처럼 그런 것들만 먹게 되더라는 싸한 내용들......

세상  대부분의 여자들은 엄마가 되어 이렇게 살아가는 것임을 새삼 확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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