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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석상자

겨울 추억 하나...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9. 12. 14.

 

겨울밤이면 변소가기가 가장 귀찮고 무서울때가 있었다.

지금에야 다들 화장실 화장실하지만 어릴땐 변소란 말이 익숙하고 친숙했다.

대여섯살의 기억에는 해가 지는 순간부터는 작은 등을 켜놓고 옹기종기

이불속에 발을 넣고 얘기꽃을 피우며 하나, 둘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는 항상 내 뒤를 따라다니는  파란 불의 뿔달린 도깨비와 몽달 귀신과

내 다리 내놔라! 하는 귀신과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하는 귀신이야기가

너무나 무서워서 해떨어짐과 동시에 바깥출입은 금지였다.

 

소변이 마려우면 위로 언니들은 나가서 해결하고 왔지만,

나는 절대로 혼자 나가서 볼일을 보는 날이 없었다.

아버지는 징징대는 나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켜주시기도 하셨지만

가끔 대책없이 무서워하는 날에는 바로 위 언니나 그 위에 언니가 따라나와

내복바람으로  지켜주며 짜증을 내기도 하였다.

 

나뭇가지들은 사방에서 울어대고 문고리가 쩍쩍 달라붙는 그런 날,

산짐승 소리도 간간히 들려왔고 건넛동네 개들이 마구 짖어대기도 했던 그런 날.

내 무서움증은 길고도 오래갔었다.

겨울밤이 되면 언니들이 서로 따라가기 싫다며 투닥거리고 나는 보채고......

아버지는 언니들만 야단치시고... 철없는 나는 대장이었다.

 

무섭기만 했던 그 시절의 변소가기는 온가족이 동원되기도 하고

때론 싸움도 되었지만 정겨움이 있고 사랑이 넘치는 따스한 겨울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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