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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엄마와 통화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9. 3. 3.

 

 

"엄마! 아직도 안 주무셨네."

"오늘은 와 전화가 안 오노?  오늘은 결석인가~생각하고 있었다."

 

"아~ 너무 늦어서 전화 안할라카다가 했더니만 잘했네"

"잘했다. 니 전화 안 오면 궁그무리 해가주고 ... 잠도 잘안오고"

 

"오늘 퇴근길에 언니가 아파서 병원에 있어서 거기 가서 있다보니 늦어서 이제왔다."

"와? 언니 어디 아픈데 병원에 있노? (약간 짜증스러운듯 전혀 걱정 안 되는 말투로

  말씀하시지만  목소리에 더덕더덕 묻어 있는 근심은 속일 수가 없으신가 보다.)"

 

"아니,그냥 몸살인가봐. 영양제 맞고 쉬더라."

"괜찮은강? (자라면서 부실해서 자주 아팠던 셋째 딸 걱정이시니... 우리 자매들은

  장난삼아 얘기할 때 우리 엄마를 셋째 언니 엄마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괜찮대! 엄마 무지 걱정 되는가베?"

"뭐 걱정되노. 등치는 큰 게 아프기는 와자꾸 아프노? 쯔 쯔"

 

"엄마도 나 어릴적에 마흔아홉 살 넘기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해서 내가 학교갔다

집으로 뛰어 와서 엄마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고 그랬잖아!

여자는 그나이때가 제일 힘들대. 갱년기라서...언니도 지금 그럴때잖아."

"(하하 웃으시며 )맞다 맞다. 그런갑다!"

 

"엄마! 10 신데 얼른 주무셔야지. 오늘 낮엔 뭐하고 지냈는데?"

"그냥 회관에 가서 실컷 놀다가 어둑어둑할 때 왔다."

 

"저녁은? 잡숫고?"

"회관에서 낮에 먹다 남은 밥 먹고 가자캐서 묵고 왔다."

 

"든든하게  많이 드시지..."

"혼자 집에서 묵는거카머 더 잘 넘어가고 마 한끼 떼왔다. 안 귀찮고 됐다마!"

 

"그럼 10시 다 됐는데 얼른 주무셔! 나도 씻고 대충치우고 해야지"

"인제 뭘 치울라카노 그냥 자그라 힘든데, 치울 거는 뭐 있는데 만날 쓸고 닦고 하노

  대강하고 살어라,  야야"

 

"알았어. 엄마 얼른 주무셔~"

"잠이 잘 안 온다 밤에는"

 

"오후 3시 넘어선 커피 마시지 마! 젊은 사람들도 잠안온다고들 하던데"

"마 됐다. 나는 밤에도 내 묵고 싶을 때 한 잔씩 묵는다 개안타!"

 

"엄마 내 말은 왜 이렇게 안 들어? 나도 그렇게 엄마 말 안 들었어?"

"오야 들을께. 니는 말 잘들었다. 딸 다섯 중에 제일 착했다"

 

"ㅎㅎ 엄마 정말?"

"그래, 참하고 착하고..."

 

저녁마다 이렇게 버릇없는 말투로 다른사람들은 어머니라고들 하고 존칭도 쓰던데

난 날마다 엄마 엄마 하면서 이런저런 특별할 것도 별로 없는 대화를 한다.

울엄마 하룻저녁만 통화가 안돼면 별 걱정을 다하시고

가끔은 느닷없이 휴대폰으로도 하신다.

팔십이세이시지만 휴대폰 긴 번호까지도 몇개 외우시는 야무진 우리 엄마!

이따 저녁에 전화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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