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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보석상자

엄마! 오래 오래 사세요!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08. 1. 3.

 

서른 일곱에 막내인 나를 낳고는 또 딸이라 섭섭해

하셨다는 울엄마.

이 얘기를 하자면 너무 장황하고 심란스럽기 까지 해서

다음으로 미루어야겠다.

 

막내딸이 자라면서 엄마젖도 넉넉하게 못얻어먹고 자란탓에

또래에 비해 키도 작고 몸집도 말라깽이였다.

엄마의 빈젖을 오래오래 시집갈때까지 만지기는 했지만 ......

게다가 일곱살에 학교를 가서 같은 입학생 중엔 늦게 입학한

열 살 짜리까지 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5-6 학년 될때 까진 맨 앞자리 차지는 물론이고 조회시간에

앞으로 나란히 한 번 못해보았다.

초등학교 3-4학년 무렵 어느 날,

어머닌 많이 편찮으셨다.

그때 물론 약처방은 하였으나 워낙 산골이라 병원에 모시고

갈 형편과 여유가 없으셨을건 뻔한 일이고 아마도 용하다는

점집에서 점을 보셨는거 같다.

 

그때 무심코 동네 아줌마와 나누는 얘기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는

그즈음에 잠도 잘 못이루었을 정도였다.

점집에서 우리 엄마가 마흔아홉살까지 무사히 넘기면

오래오래 장수할 것이고, 그러�으면 마흔 아홉을 못 넘길거라 했단다.

 

그후로 학교가 끝나면 뛰다시피 와서는 엄마가 살아있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하면서 확인을 했었다.

그러면서 재잘재잘 엄마 오래오래 살아야 된다고 아니 마흔아홉까지는

살아야 된다고 다짐을 하곤 했었다.

 

가끔은 중학교 입학할때까지는 살아야 된다고도 했고

또 가끔은 중학교 졸업할때 까지는 살아야 된다고도 했다.

그렇게 점점... 고등학교 졸업까지, 또 시집갈때까지....

이렇게 주문이 늘어가면서도 가슴은 아마도 타들어 갔던거 같다.

 

행여 잠결에라도 엄마의 숨소리를 듣고 살아계신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마흔 아홉'이란 숫자가 지나갈 동안 부담이고 큰걱정거리였다.

중학생이 되고 어느새 엄마가 마흔아홉을 넘기면서 안심이 되었다.

비로소 걱정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 나는

그후로 엄마의 죽음은 조금도 염려치 않았고 오래오래 장수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후로 삼십년이 지나고 이번 주말엔 울엄마 생신이다.

토요일이 엄마 생신이라 7남매가 다 모이게 될것이고

또한번 우리는 추억에 잠길 것이다.

올망졸망 지지고 볶던 그시절의 얘기로 날새는 줄도 모르고.......

그리고 가을부터 겨울까지 감기와 함께 지내는 울엄마.

감기 뚝 떨어지고 건강하게 무병장수하시기를 빌어봅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세요!

엄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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