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고 자란곳은 경북내륙의 첩첩산중에 자리한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런 곳이다.
눈뜨고 댓돌을 나서면 앞산이요 돌아서면 뒷산이고
아래 위로 멀리를 바라보아도 산뿐이던 곳.
그래서 고개를 뒤로 젖히면 맑은 하늘이 넓다랗게 가없이
펼쳐져 있던 그런곳이었다.
유년시절에 아버지는 2일 5일이면 열리던 장날 저녁무렵이면
짚으로 매단 고등어 한손을 들고 오셨다.
그 고등어가 저녁밥상에서 비릿함과 함께 냄새를 풍길때면
바다를 한번도 구경못한 산골소녀에겐 막연한 동경과 함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반찬이라고 감히 단정짓게 했던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생선은 고등어 밖에 없는 줄 알았다.
우리 아버진 고등어 살을 발라 막내딸에게 얹어 주시면서 꼭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숙이는 포항으로 시집보내야겠다..'
그래서 포항이 바다가 있는 마을이구나.. 생각하며 상상을 참 많이도
했었다.
찌는듯한 여름날엔 산골에서 주식이자 간식이던 감자.
찐감자 ,볶은 감자. 채썰은 반찬이나 감자떡... 수많은 감자로 만든
음식들이 있는데 감자를 고구마보다 옥수수보다도 더 좋아해서
우리 아버진 감자를 먹을 때는 꼭 이렇게도 말씀하셨다.
'우리 숙이는 강원도로 시집보내야겠다. '
"아부지! 포항가라고 해놓고 강원도로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그런 날은 심한 갈등과 함께 어린 숙이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고등어냐? 감자냐?
아버진 심심하면 어디가 더 좋겠냐며 물으셨고,
숫가락을 멀찌감치 잡고 밥먹는다고 시집을 멀리갈거라며
좀 가까이 잡으라는 말씀도 빠뜨리지 않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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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친정가는 길에 엄니 고운 옷 한벌 사 가려고 장날이라
마석장엘 갔었다.
오는길에 언니가 고등어를 사면서 많다고 반을 나눠서 담으란다.
무우도 사더니만 반으로 나누란다.
그래서 오늘도 언니네와 메뉴가 같아졌다.
두툼하게 무를 깔고 고등어 조림을 했는데 갑자기 고등어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다.
감자는 사시사철 어디에서건 만나면 잘 먹는다. 무조건 맛있어서.
그래서 시집을 어디로 갔냐면
아버지의 뜻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충청도로~~
그시절엔 충청도라는 곳이 있는지도 모르고 세상의 넓이가 전부
사방 십리나 이십리가 끝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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