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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시절

천마산

by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12. 5. 18.

 

 

 

 

 

 

 

 

 

 

 

 

 

 

 

 

'원님덕에 나발분다'고 했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작하는 일이 가끔 있다, 물론 살다보니...

 

옆에있는 언니가 가끔 딸래미 준경이를 데리고 산에가는 즐거움을 살살 누리며 살아가는걸 안다.

워낙 언니가 산을 좋아하기도 하고, 준경이 또한 요즘청년들과 달리 산을 좋아한다.

(물론 언니의 바람잡이가 통했지만..)

문제는 둘이서 산행을 하면서 대화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것이다.

하기사 조카와 이모사이에 대화의 공통점은 누구에게는 '엄마'이며, 누구에게는 '동생'인 내가

등장하는 건 당연하다. 어쩌면 세상에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두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만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두 사람이기도 하다.

 

지난번 준경이와 내가 끔찍히 사랑하는 언니네 둘째 세현이와  언니, 세 명이 산행을 했다.

세현인 세상 아줌마들중에 내가 가장 이쁜 줄 아는, 이쁜 병이 있기도 하다.(민망)

셋이서 하는 산행에서 여전히 공통대화는 참석하지 않은 '내'가 되고 말았던 거 같다.

 

언니와 두어번 다녀온 산행길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이며, 맑은 공기와 파릇하게 피어나는 잎새들,

이름모를 꽃들이며 나뭇잎새를 드나드는 바람까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지던지!

걸으면서 행복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방문턱을 넘기가 어찌나 힘이드는지 선뜻 나서지지지가 않는다.

귀찮아서, 여기저기가 아파서 거절을 하곤하는데, 준경이와 세현이 그리고  언니의 담합이 이루어진 후,

꼼짝없이 금요일 아침이면 천마산 자락을 걷고 또 걸어야 한다. ㅠㅠ

 

세명의 담합내용인즉,

(내가) 근래들어 자주 아프다는 것,

아프다는 소리도 자주 들으면 싫다는 것,

처음엔 걱정이었는데 긴 병에 효자없다고 이젠 조금씩 무뎌진다는 것..

   

결론은

금요일엔 무조건 산으로 데리고 가야하는 역사적인 사명을 언니가 져야하는 것.

 

이것이 준경이와 언니의  간절한 바램이라는걸  알고부터는 목요일의 언니전화가 반갑기도 하고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히 감사해야함을 알기에,

늦기전에 내 몸은 내가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제는 금요일 아침을 기다리기로 했다.

부지런한 언니시간에 맞추지 못해 오늘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언니가 집앞으로 와서 다시 금요일 아침의 산행을 시작했다.

"나는 금요일 우리 둘의 시간을 행복하게 기다리는데 안가면 안되지"라는 한마디에 내 마음또한

그렇다는걸 언니가 아는지 모르는지......

 

천마산 자락을 걸으며, 눈에 보이는 고사리에 반가워하며, 보랏빛의 제비꽃에 마음 한자락을 담으며

저만치 펼쳐진 오솔길을 보고 걸으며, 우리의 삶도 오솔길처럼 때론 구불게, 때론 바르게, 때론 돌부리가

솟아 있으며 때로는 나뭇가지가 걸쳐져 있음을 느끼며, 

그렇더라도 곁에서 푸르고 견고하고 우렁차게 자라는 오월의 나무처럼,

사랑하는 이들이 있음으로 나는 힘차게 걸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온 언니 덕분에 촬영까지 한 금요일은 여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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