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렸을때 몸이 참 약했었다.
언니 오빠들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친구들은 다들 그런다.
오래간만에 동창회에서 본 동문들도 ' 숙아 니 많이 컸네" 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정도로 작은 키에 몸은 말라깽이로 5~6학년때 선생님들이
집에 가서 엄마젖 더먹고 오라고 놀리기도 했으니....
자그마한 엄마 몸에서 내가 먹을 젖은 아마도 위로 6남매를
키우며 말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맨앞자리만 차지하던 나는 배가 자주 아팠던걸로
기억한다. 수시로 배가 아프다고 했고
아프다면 우리 엄만 옆 구멍가게로 가서 얼른 ' 까스명수'를 사다
주셨는데 이상하게도 그 '까스명수'를 먹고 나면 금방 배가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시골의 7남매나 되는 대식구의 살림살이에 가난은 기본이요 필수인지라
먹을거리는 당연히 모자랐던 것이다.
배아플때 먹었던 그 '까스명수'가 톡 쏘는 맛도 맛이지만 처음 먹어보는
병에 든 음료수라서인지 정말 약이 아니라 내겐 더없이 좋은
간식거리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 맛을 본 나는 조금만 이상하면 배가 아프다고 했고 ,
그때마다 우리 엄만 그 약을 사주셨는데...
나중에는 아프지 않을 때에도 그 음료수가 생각나면 엄마에게
배 아프다고 말했고 머리가 아파도 이렇게 말했던 걸로 기억된다.
'엄마. 까스명수 배 아프다' 라고....
우리 식구들이 모이면 아직도 그 말들을 한다.
'숙아. 니 아직도 까스명수 배 아프나?"
그 약은 내 어릴적 아픔 모든것을 낫게 해준 고마운 약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이 그저 '까스명수'인지 '까스활명수'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부채표가 있었던것도 같고 없었던 것도 같은데 새삼 궁금해진다.
그 덕분인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키가 자라고
다행히 160 턱걸이는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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