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유월에

향기로운 나무(제비꽃) 2022. 6. 17. 14:19

유월이면 초록의 싱그러움이 오월보다 강하다.

내리쬐던 햇살이 조금은 강렬해지고 가려주는 나뭇잎도 넓게 퍼진다.

때맞춰 며칠간 비가 내려 가뭄에 다소 도움을 줬다. 

한길 왕복 8차선 도로 옆에 얼마 전 심어둔 나무가 이름도 성도 모를 정도로 배배 말라 초록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몇 잎만 겨우 초록색이면서 쭈글하게 늘어져 있었다. 오늘쯤 이파리가 좀 넓게 펴졌으리라 믿어본다.

하필 이 시기에 나무를 죽 심어놓아 의아했다.

그곳은 다른 나무도 많아 나로선 굳이 심어야 하나 의심스러운 곳이다.

그나저나 나무가 많으면 좋기는 하다. 그 나무가 잘 자라길 바랄 뿐이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은지 한 달이 지났다.

은쟁반에 옥구슬은 아니어도 딩딩 기타 소리는 나야 하는데 쇳소리가 난다.

게다가 몇마디 하면 그나마 목이 아프고 소리가 나오질 않아 입을 닫는다.

귀는 두 개, 입은 하나라서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는 말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동안 그 실천을 못해서일까 요즘은 많이 듣고 적게 말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이 새삼스럽게 생긴다.

전에도 자주 남들과 만나 얘기하고 헤어지면 혹시 실수라도 한 말이 있지는 않았나 생각하곤 했다.

나의 실수로 상대가 상처를 입을까봐 신경이 쓰였다. 

목이 아프고보니 요즘 잠시 잊었던 그 마음을 다시 불렀다. 조심하고 상대를 아프지 않게 해야지 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생긴다. 혹자는 했던 말을 또하고 다시 하고 거듭 하기도 한다.

그 말이 좋은 말이면 좋으련만 대부분 남을 헐뜯거나 남의 행동거지를 꼬집는 말이다.

그 말을 하는 자신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옳다. 그렇지만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자신을 돌아보거나 자신의 어떤 말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새삼스럽게 나는 뒤에서 뒷담화하는 사람과 어울리는 걸 자제해야지 한다.

목 아픈 이후로 점점 더 나를 돌아보게 된다.

병원도 이비인후과와 건강검진을 받고 내과와 갑상선과 흉부외과며 두루 다녔다.

큰 병원을 가기 하루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가야 하고...

이래저래 바쁜 봄날이고 아픈 봄날이다.

큰 병원 가기에는 그리 심각한 질병이 아니라 살짝 고개를 숙였다.

기침이 3주간 지속되어서요 하고 말했다. 한 달간 1kg 정도 빠졌고 입맛도 없어요.라고 말하며 혹시 중병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심드렁하게 의사가 말했다. 역류성 식도염과 비염을 같이 치료해야 하고 어쩌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할 수도 있다고.

올해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으로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위장약까지 먹는다.

난 태생이 약하게 태어났다고 말하는 큰 언니의 말이 실감난다. 

엄마의 빈 젖을 물고 살았으며 초등학교 졸업할 때 28kg 에 맨 앞자리에 앉았으니까.

이젠 열심히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사는 데 자꾸만 병원 순례를 하게 되어 속이 상한다.

이번 주 월수금 수영을 몽땅 빼먹었다. 기운나는 법을 찾아봐야겠다.